고물가에 '듀프 열풍'…유통업계, 발빠른 대응

  • 고가 명품과 성능·효과 유사한데

  • 가격은 10분의 1 수준 '가성비 甲'

  • 수요 급증에 맞춤형 제품 줄출시

GS25가 색조 전문 브랜드 손앤박과 협업해 색조 화장품을 3천 원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인다 사진GS25
GS25가 색조 전문 브랜드 손앤박과 협업해 출시한 색조 화장품. 3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한다. [사진=GS25]

최근 유통업계에 '듀프(Dupe)' 열풍이 불고 있다. 듀프는 '듀플리케이션(Duplication·복제품)'의 줄임말로, 고가 명품 제품의 유사한 성능이나 효과를 지닌 저렴한 대체 제품을 의미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듀프 열풍은 최근 고물가 시대를 맞아 국내에서도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GS25는 지난달 말 색조 브랜드 손앤박과 협업한 '손앤박 하티(HATTY)'를 출시했다. 손앤박은 3000원짜리 '다이소 샤넬밤'으로 유명한 '아티 컬러 스프레드밤'을 만든 브랜드다. 샤넬 '레드 까멜리아 립 앤 치크 밤'이 6만원대인 반면 다이소 컬러밤은 3000원으로 비슷한 성능에 가격이 합리적이어서 '저렴이 버전'으로 불리며 히트 상품이 됐다. 

이번 GS25 전용 색조 라인에서도 기존 인기 제품과 유사한 립앤치크 5종과 아이브로우 2종을 모두 3000원에 선보인다. GS25는 이번 손앤박 하티 출시 배경으로 가성비가 핵심인 듀프 소비문화의 확산을 꼽았다. 듀프 소비문화가 뷰티 제품에도 저렴이 버전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애초 GS25는 선크림·폼 클렌징 등 긴급성에 초점을 맞춘 화장품 위주로 판매했으나, 작년부터 마데카21·더마비·마녀공장·리얼베리어 등 주요 뷰티 브랜드 협업 상품까지 카테고리를 확대했다. 화장품 매출도 늘었다. GS25의 화장품 매출 신장률은 2022년 22.4%, 2023년 37.9%, 2024년 45.6% 등 최근 3년간 꾸준히 커졌다. GS25는 추후 편의점 전용 가성비 화장품 추가 출시해 카테고리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가히 멀티밤'으로 유명한 코리아테크가 운영하는 K-뷰티 플랫폼 와이레스는 아예 듀프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 12월 론칭한 와이레스는 자사 듀프 제품 카테고리를 '윙크(WINK)'로 명명해 제품을 확대 출시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아방쥔 까멜리아 컬렉션'은 샤넬의 까멜리아 라인을 오마주한 제품이다. 원료와 제형, 향까지 그대로 재현했지만 가격은 10분의 1 수준이다.

유니클로도 올해 듀프 제품을 통해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특히 이번 출시한 아이웨어 라인이 소비자 사이에서 '젠몬맛(젠틀몬스터 스타일) 선글라스'로 입소문이 돌고 있다. 유니클로 아이웨어 라인은 개당 3만원 정도로, 원조로 꼽히는 젠틀몬스터 선글라스 가격의 약 10분의 1 가격이다.

올해 봄·여름(S/S) 컬렉션에서는 '르메르맛'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유니클로의 공동 아티스틱디렉터 크리스토퍼 르메르와 사라 린 트란이 파리 연구개발(R&D)센터 디자이너들과 협업했다. C컬렉션에도 지방시와 클로에 출신 클레어 웨이트 켈러와 손잡은 제품들이 입소문을 탔다. 

듀프 제품이 가성비를 내세워 소비 활성화를 이어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어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듀프 상품은 특정 브랜드의 로고나 상표를 도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문제에서는 자유로운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 명품 화장품이 국내에 들어오려면 향·제조 성분 등 모든 것을 표기해야 하는데, K-뷰티 강국인 국내 업체는 듀프 상품 제조에 있어 더욱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체 상품으로 소비자 이목을 받은 뒤 추후 자사 제품 반영을 늘리는 게 업계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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