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 사령탑 왕이가 지난 3월 양회 내외신 기자회견 때 한 말이다. 그는 당시 '외교의 전설'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어록인 "미국에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고, 오직 국익만 존재할 뿐이다"를 언급하며 중국의 생각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즉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펼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게 정말 중국의 진심일까. 아니면 단순히 관세 전쟁을 촉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겨냥하고, 이와 대비해 '책임있는 대국' 이미지를 챙기기 위한 것이었을까.
중국은 적어도 표면적으로 통상 분야에서는 주변국 껴안기에 나서고 있긴 하다. 특히 동남아 국가들을 향해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자" "다자주의를 수호하자" "아시아 가족의 밝은 미래를 함께 보호하겠다" 등등 우호 메시지를 발산하며 국가간 단결과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월 올해 첫 해외 일정으로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 동남아 3국을 순방했고, 2인자인 리창 총리는 최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찾기도 했다.
베트남(46%)·말레이시아(24%)·캄보디아(49%) 등 동남아 국가들 역시 트럼프 상호관세의 표적이 된 가운데, 미국에 함께 맞서 싸우자는 중국의 러브콜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 해경은 최근에도 필리핀과의 영유권 분쟁 해역에서 필리핀 정부 선박을 물대포로 공격했고, 중국의 인도네시아 영해 침범 역시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 베트남과의 분쟁 지역에서는 베트남 어민들을 폭행하고 어획물 압류하는 일도 있었다. 동남아국가들을 '가족'이라고 칭하며 연대감을 강조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미국도, 중국도 자국우선주의에 몰두하는 험난한 외교무대를 보면서 6월4일 출범하는 새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우려를 내려놓을 수 없었다. 트럼프 관세, 한반도 비핵화, 중국 서해 도발 등 외교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후보들은 토론에서 조차 네거티브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다. 한국의 외교가 시험대에 오르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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