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들에 제공하기로 한 보조금과 관련해 재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주무 장관이 해당 기업의 대미 투자액의 4% 이하 수준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5일(현지시간) 확인됐다.
미국 상원 세출위원회가 전날 개최한 청문회 영상에 따르면, 증인으로 출석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투자액의) 4% 이하를 약정하는 것이 10%를 지급하는 것보다 더 합당하다고 본다”며, 10%는 “지나치게 후하다”고 언급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 발언에서 대만의 TSMC 사례를 예로 들며 4%라는 수치를 인용했다.
그는 TSMC가 미국에 처음에는 6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이와 함께 약 60억달러(실제로는 66억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TSMC가 추가로 10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TSMC가 미국 반도체법에 따라 받기로 했던 보조금은 투자액의 10% 수준이었지만, 이후 투자 규모가 크게 늘면서 보조금 비율이 약 4%로 낮아졌고, 이 정도 수준이 적절하다는 취지였다.
러트닉 장관은 현재 반도체 업체들과 보조금 조건에 대해 재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 반도체 기업들 간의 보조금 재협상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대미 투자액의 10%대를 보조금으로 받기로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미국 정부와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총 370억달러(약 51조원) 이상을 투입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으며, 미국 상무부와는 47억4500만달러(약 6조50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계약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3000억원)를 투자해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할 예정이고, 미국 상무부는 이에 대해 최대 4억5800만달러(약 63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투자액 대비 약 13%, SK하이닉스는 약 12% 수준의 보조금을 받기로 되어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2년 서명한 반도체법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반도체 공급망 위기를 계기로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자 입법을 추진했다. 해당 법은 기업의 미국 내 설비 투자 규모에 연동된 보조금을 제공해 미국 및 제3국 반도체 업체들의 대미 투자를 유도하려는 목적이며, 전체 지원 규모는 5년간 527억달러(약 72조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 내 설비 투자에 연계된 보조금을 받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와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지출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보조금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관세 압박을 통해 기업들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지속해왔다.
그는 지난 3월4일 의회 연설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반복하며 반도체법 폐지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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