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승부조작 없는 진짜 축구" '쑤차오'에 열광하는 중국

  • 올해 처음 열린 장쑤성 도시축구 리그 '쑤차오'

  • 입장료 60배 '껑충'···전 국민 즐기는 스포츠 이벤트

  • 中 GRDP 2위 '장쑤성'…도시별 경쟁력 막강

  • 초한지, 손오공, 볶음밥…고유한 역사문화 자산

  • 관광명소 예약 300%↑…내수진작 일조

중국 장쑤성 도시축구리그에서 난징 축구팀을 응원하는 관중들  사진신화통신
중국 장쑤성 도시축구리그에서 난징 축구팀을 응원하는 관중들.  [사진=신화통신]

올해 중국 단오절 연휴(5월31일~6월2일) 기간 중국 내 가장 뜨거운 관광지는 장쑤(江蘇)성이었다. 단오절 음식인 쭝쯔(粽子, 대나무잎으로 싼 뒤 쪄낸 찹쌀 주먹밥) 때문도, 민속행사인 룽촨(龍船, 용의 형상을 본떠 만든 뱃놀이) 때문도 아니다. 올해 처음 열린 장쑤성 도시 축구리그 때문이다. 이는 중국 프로축구 수퍼리그(1부)인 ‘중차오(中超)’에 빗대 '쑤차오(蘇超, 쑤저우 수퍼리그)'라 불리며 전국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수년간 중국 프로축구계가 잇단 승부조작과 뇌물 비리로 사정 대상이 되고, 특히 2021년 중국 프로축구 수퍼리그에서 우승한 장쑤성 축구팀 쑤닝팀이 모기업인 쑤닝그룹의 자금난으로 해체된 상황에서 장쑤성 산하 도시들이 만든 축구리그가 빈자리를 채운 것이다
 
입장료 값 60배 '껑충'···전 국민 즐기는 스포츠 이벤트

올해 처음 열린 쑤차오는 장쑤성 체육국과 산하 13개 지급(地級)시 정부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아마추어 축구 대회다. 성도 난징을 비롯해 우시·쉬저우·창저우·쑤저우·난퉁·롄윈강·화이안·옌청·양저우·전장·타이저우·쑤첸시까지 모두 13곳의 도시 축구팀이 참가했다. 16세부터 40세까지 총 500여명의 참가 선수 중 65%는 학생, 교사, 택배기사, 프로그래머, 자영업자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다.

지난 5월 10일 시작된 리그는 7개월 동안 정규 시즌과 토너먼트 경기로 나뉘어 총 85경기가 진행된다. 정규 시즌에는 13개 참가팀이 총 13라운드(각 6경기)까지 경기를 치른다. 이후 상위 8개 팀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해 '톱4'를 선발하고 이후 최종 결승전(11월2일)이 열리는 방식이다. 

특히 단오절 연휴와 맞물려 열린 3라운드는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단오절 연휴 사흘간 열린 6개 경기의 평균 관중 수는 1만5000명에 달했고, 일부 경기는 2만명도 돌파하며 중국 프로축구 수퍼리그보다 더 높은 좌석 점유율을 보였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일보는 중고 거래사이트에서 10위안(약 1900원)짜리 쑤차오 티켓이 웃돈을 얹어 최고 60배나 오른 600위안(약 11만원)에 팔리는가 하면, 중국 숏폼 플랫폼인 더우인에서는 쑤차오 관련 영상이 8억20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쑤차오가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고 보도했다. 

왕샤오완 장쑤성 축구협회 부주석은 “쑤차오가 이렇게 인기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축구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흥미를 이끌어냈다는 게 포인트”라고 짚었다.
 
초한전쟁, 손오공 전쟁, 볶음밥 전쟁···도시 브랜드 파워↑

중국내에서는 쑤차오 인기비결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장쑤성은 광둥성에 이어 중국 내 지역 국내총생산(GRDP) 2위를 자랑하는 경제 중심 지역이다. 특히 쓰촨성 청두나 후베이성 우한처럼 성도 중심으로 경제가 발전한 곳과 달리 장쑤성은 산하 13개 도시 모두 GRDP가 1000억 위안을 넘는 강소도시다. 장쑤성의 13개 지급시를 가리켜 '13태보(十三太保)’라 부르는 이유다. 태보는 중국 역대 왕조의 최고 관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만큼 각 도시마다 막강한 경제력, 독특한 문화 역사적 자원, 높은 소득 수준을 자랑하며 서로 경쟁을 벌인다는 의미다. 장쑤성 사람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장쑤성이라 대답하지 않고 각자 도시를 말하는 게 당연할 정도로 도시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이러한 도시 간 명예와 자부심을 위한 경쟁 심리는 온순하고 내성적이며 '노잼'으로 유명한 장쑤성 사람들을 축구라는 스포츠에 열광하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도시 간 치열한 경쟁을 역사나 문화에 비유한 표현도 흥미를 끈다. '유방의 고향' 쉬저우와 '항우의 고향'인 쑤첸의 대결은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 세력이 천하를 두고 벌인 ‘초한전쟁(楚漢戰爭) 2.0’으로 불리는가 하면, '서유기'의 작가 오승은의 고향인 화이안과 화과산(손오공 고향)이 소재한 롄윈강의 경기는 '손오공 원조 전쟁'이라 부른다. 각 지방 특산품을 따서 ‘자오차(早茶, 아침차)’로 유명한 양저우와 타이저우간 경기는 ‘자오차 전쟁’, 볶음밥으로 유명한 양저우와 창저우간 경기는 ‘볶음밥 경쟁(더비)’이라 명명됐다. 

최근 중국 프로축구계에 부패 스캔들이 만연한 가운데 사람들이 도시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아마추어 축구에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풀뿌리 축구문화다”, “쑤차오를 아끼고 사랑하라. 쑤차오를 순수하게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정직하고 선량한 국민의 염원이다”는 댓글이 올라온다. “승부조작 따윈 없다. 대대로 내려온 원한만 있을 뿐”이라는 쑤차오 관련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도 인기몰이 중이다.
 
장쑤성 관광명소 예약 300%↑ 내수진작에도 일조

쑤차오는 축구를 단순히 스포츠 경기가 아닌, 축제 분위기로 조성해 더 많은 관객을 끌어 모았다. 경기 도중 틈틈이 장쑤성 각 도시별 전통 공연무대가 마련되는가 하면 시민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중국 전통복장을 입고 경기를 보러 온다. 각 도시마다 경기티켓과 관광지 입장권을 묶어 팔며 스포츠 문화 관광을 융합한 마케팅도 한창이다.

완저 중국 베이징사범대학교 교수는 "쑤차오의 인기 비결은 스포츠 행사를 문화 현상으로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라며 “경제적 측면에서는 스포츠, 문화 관광 도시의 통합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모델이 확립됐다”고 짚었다. 장쑤성 각 도시마다 문화적 상징성을 내보이고 전국적으로 각 도시 브랜드를 마케팅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 IP(지식재산권) 및 문화 소프트파워 구축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  

인민일보 해외판도 6일자 칼럼에서 “쑤차오는 사람들의 스포츠 열정에 불을 지필 뿐만 아니라 도시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촉진해 지역적 특성과 국가적 영향력을 모두 갖춘 '슈퍼 IP'를 형성했다"고 극찬했다.

실제로 쑤차오는 경쟁과 오락을 모두 갖춘 전국적인 축제로 격상돼 문화 관광, 음식, 레저, 스포츠 등 지역 소비를 진작하고 있다. 장쑤성 관광당국에 따르면 단오절 연휴 쑤차오 경기가 열린 창저우, 쉬저우, 난징 등 6개 주요 도시의 문화 관광 소비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중국인의 국내 여행 지출이 5.9% 증가한 것을 훨씬 웃돈다. 단오절 연휴 이후에도 관광 열기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 생활 서비스 플랫폼인 메이퇀에 따르면 6월 3일부터 8일까지 장쑤성 관광 명소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05%나 급증했다.

이는 최근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와 미·중 무역전쟁 타격으로 경제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중국 내수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는 “쑤차오의 인기를 계기로 중장기적으로 중국 축구 수준을 향상시킬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보다, 단기적으로 소비를 자극하고 내수를 견인할 수 있는 잠재력을 발굴하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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