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가성비'로 무장한 링파오…中전기차 '다크호스'로

  • 中저장성 항저우 링파오자동차 본사 탐방

  • '웨이샤오리'는 옛말···'가성비'로 대륙 장악

  • "비야디 따라하기" 자체 기술로 공급망 통제

  •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글로벌 '영토'도 확장

  • "연 100만대 판매량..韓 중요한 시장"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신구에 위치한 링파오자동차 본사 전시관 지난달 출시한 B10 모델이 전시돼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신구에 위치한 링파오자동차 본사 전시관. 지난달 출시한 B10 모델이 전시돼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라이다(LiDAR) 장착, 퀄컴 스냅드래곤 8295칩 탑재, 엔드 투 엔드(End-to-End) 보조주행 기술, 1회 충전에 600km 주행거리...

2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신구에 위치한 중국 자동차업체 링파오자동차(零跑 汽車, 립모터스) 본사에 들어서자 지난달 새로 출시된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B10이 눈을 사로잡는다. 가격은 약 10만 위안(약 1900만원) 남짓인데, 갖춘 기능은 어마어마하다. 취재진들 사이에서 "이 가격에 이 사양이 어떻게 가능한 거죠?"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는 최근 ‘웨이샤오리’를 제치고 중국 신흥전기차 세력 다크호스로 부상한 링파오자동차의 인기 비결이기도 하다. ‘웨이샤오리’는 중국 신흥 전기차 세력 3인방인 웨이라이(蔚來⋅니오), 샤오펑(小鵬⋅엑스펑), 리샹(理想⋅리오토)의 중문명 앞 글자를 따서 만든 합성어다.

리젠난 링파오자동차 해외사업부 부총경리는 "전방위 자체 기술 개발로 부품의 65%를 자체 통제한다"며 "더 좋은 성능과 품질의 차량을 비싸지 않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웨이샤오리'는 옛말···'가성비'로 대륙 장악한 링파오

‘반값 리오토’, ‘가격 도살자’, ‘자동차계 레드미(샤오미의 가성비 스마트폰 모델) 등등. 올해로 창립 10주년이 된 링파오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한국인에게는 낯선 브랜드지만 최근 중국에선 높은 사양과 낮은 가격의 가성비로 이미 젊은 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브랜드 프리미엄보다는 기술 연구와 극단적인 비용 관리가 링파오의 핵심 전략이다. 

지난해 신차 판매량만 약 30만대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며 중국 신흥 전기차 브랜드 중 리오토와 화웨이 훙멍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321억6000만 위안(약 6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갑절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순익을 기록하며 리오토에 이어 중국 신흥 전기차 브랜드 중 두 번째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2년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링파오 주가는 올 들어서만 벌써 갑절로 뛰었다.

링파오의 저가 전략은 자체 연구개발에 기반해 원자재 부품 완성차까지 수직계열화로 공급망 비용을 통제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주장밍 링파오 회장은 “공급망 구축 원칙은 최대한 적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링파오는 전체 부품의 65%를 자체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수직계열화 공급망으로 부품의 70% 이상을 통제하는 '전기차왕' 비야디(BYD) 바로 아래 수준이다.

◆"비야디 따라하기" 자체 기술 개발로 공급망 통제
 
링파오자동차
리젠난 링파오자동차 해외사업부 부총경리가 링파오자동차의 핵심기술 개발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링파오 본사 캠퍼스에 마련된 전시관에서는 링파오의 자체 개발 기술도 한눈에 볼 수 있다. 링파오가 자체 개발한 중앙통합 전기차 제조 플랫폼 ‘쓰예차오(四叶草, 네잎클로버를 의미)'가 대표적이다. 최근 3.5세대로 업그레이드된 플랫폼은 배터리제어장치(BCU), 모터제어장치(MCU), 전원공급장치(PDU)로 대표되는 전기차 3대 핵심부품인 삼전(三電), 그리고 스마트 주행 및 운전석까지 네 가지를 모두 하나의 박스로 통합한 중앙집중형 플랫폼이다. 

기존의 200여개에 달하는 전자제어장치(ECU)를 22개로 줄이고, ECU를 전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배선(와이어링 하네스) 길이도 기존의 2km에서 996m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덕분에 고장율이 낮아지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속도도 더 빨라졌다. 

배터리는 배터리셀을 전기차에 그대로 탑재하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인 CTC 기술을 활용해 부피와 무게는 줄이되 에너지 밀도는 높였다. 이밖에 쓰예차오 3.5 플랫폼의 부품 공용화율을 88%까지 끌어올려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 있게 했다. 이 플랫폼은 글로벌 자동차그룹 스텔란티스에 라이선스를 받고 판매할 정도다. 

흥미로운 점은 링파오의 연구개발(R&D) 비율이 매출의 7~10%로, 15% 이상에 달하는 웨이샤오리보다 훨씬 낮다는 점이다. 이는 링파오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전기모터, 전원장치 등 세 가지에만 R&D를 집중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링파오는 딜러상 위주의 판매 채널로 중국 전역에 빠르게 판매망도 넓히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264개 도시에 695개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10~20만 위안대 가성비 전기차 수요가 많은 3,4선 도시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웨이샤오리가 직접 판매채널을 확대해 나가는 것과 비교된다.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글로벌 진출···"한국은 중요한 시장"
링파오자동차 주요 연혁 자료아주경제DB
링파오자동차 주요 연혁. [자료=아주경제DB]

링파오의 해외 진출 전략도 중국 전기차 업계의 새로운 성공 사례가 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야 비로소 T03, C10모델을 앞세워 해외 처음 진출한 링파오는 올해 4월말에만 이미 유럽,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태평양, 남미 등 23개 국가 및 지역으로 영토를 넓혀 55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유럽 내 매장만 450개로, 올해는 7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링파오가 미국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자체 공장이나 판매망을 구축하지 않고도 스텔란티스의 자원을 공유하며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것. 주장밍 링파오 회장은 지난 4월 상하이 모터쇼에서 “올해 해외 수출량은 최대 8만대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는 올 초 목표였던 5만대에서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링파오는 올 들어 4월까지 수출 물량만 1만3632대로 '웨이샤오리'를 웃돌았다. 

링파오는 올해를 글로벌 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해외시장에서 본토화를 적극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유럽과 동남아가 주요 공략 시장이다. 리젠난 부총경리는 “현지 공장 건설도 검토 중으로, 현지에서 생산된 모델도 판매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링파오는 한국 자동차 시장 진출도 눈여겨보고 있다. 리젠난 부총경리는 “한국은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100만대가 넘는 커다란 시장으로, 전기차 침투율도 나쁘지 않아 우리에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 링파오자동차 본사 매장 전경 사진배인선 기자
중국 저장성 항저우 링파오자동차 본사 매장 전경. [사진=배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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