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장 볼 엄두 안 나요"…먹거리 인상에 지갑 닫는 소비자들

  • 계란·라면 등 줄인상에 체감물가 '껑충'

  • 이재명 "물가안정에 모든 수단 동원"

10일 오전 롯데마트 서울역점 계란코너에서 한 소비자가 계란을 고르고 있다사진김현아 기자
1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계란 코너에서 한 소비자가 계란을 고르고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장 볼 엄두가 안 나요."

10일 오전 찾은 롯데마트 서울역점 계란 코너. 주부 권유순씨(63)는 가격표를 바라보며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8990원짜리 계란 한 판(30구)을 카트에 담았다. 이날 가장 저렴한 제품은 7990원이었지만 이미 품절된 상태였다. 1년 전(6465원)과 비교하면 23.6% 오른 가격이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식품 물가에 서민들 지갑이 한층 더 닫히고 있다. 계란·라면 등 자주 찾는 먹거리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장보기가 두렵다는 소비자들 하소연도 이어지고 있다. 권씨는 "직접 장을 보는 입장에서 물가가 확 오르는 게 느껴진다"며 "특히 계란값이 너무 올라 가족들 모두 아침마다 먹던 계란후라이를 줄였다"고 말했다.

라면 매대 앞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다. 30대 직장인 김화진 씨는 "예전엔 편의점에서 먹고 싶은 라면을 골라 담았지만, 요즘은 대형마트에서 할인 상품만 고르게 된다"며 "몇백 원 차이도 크게 느껴질 만큼 장보기가 부담스러워졌다"라고 털어놨다.

이날 매장에서는 인기 생필품을 최대 50%까지 할인하는 행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소비자들은 "할인 효과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왕영주씨(75)는 "할인 전단을 보고 일부러 나왔지만, 막상 보니 할인해도 예전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며 "요즘은 정말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이 실감 난다. 정부가 체감 가능한 물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호소했다.
 
9일 오전 롯데마트 서울역점 라면 매대 앞에서 한 소비자가 라면을 고르고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1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라면 매대 앞에서 한 소비자가 라면을 고르고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체감물가 상승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1.9% 상승하는데 그쳤지만 가공식품은 4.1% 올랐다. 특히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6.2%, 6% 상승하며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전날 기준 계란 한 판(30구)의 평균 소매가격은 7034원으로, 2021년 7월 이후 4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여기에 주요 식품업체들이 원가 상승을 이유로 라면 가격까지 잇따라 올리며 부담은 더 커졌다. 농심은 지난 3월 라면 20여 종 가격을 100~200원 인상했고, 오뚜기도 4월 진라면 등 16개 제품 가격을 올렸다. 지난달 라면 물가 상승률은 6.2%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세 배를 넘겼다.

서민 부담이 커지자 정부도 물가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라면 1봉지 가격이 2000원을 넘어서는 등 급등한 생필품 가격으로 국민 부담이 크게 늘어난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물가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물가 관련 부처는 긴급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최근 제품 가격을 올린 식품업계와 직접 만나 인상 사유를 점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도 보조를 맞출 계획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당 차원의 물가관리 TF를 구성하고 당정협의를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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