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31.9%로 전 분기 대비 2%포인트 하락했다. 낸드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과 더불어 삼성 반도체가 선두를 지키고 있는 유이한 분야지만 기업용 SSD 수요 부진으로 매출이 25% 감소하며 경쟁사들과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SK하이닉스(자회사 솔리다임 포함)도 이 기간 낸드 매출이 35.5% 줄어든 21억8660만 달러에 그쳤다. 점유율은 3.9%포인트 하락한 16.6%에 머물며 아슬아슬한 2위를 이어갔다.
한국 기업 합산 점유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반면 미국 마이크론은 나 홀로 점유율이 상승하며 일본 키옥시아(14.6%)를 제치고 처음으로 분기 매출 점유율 3위에 올랐다. 1분기 주춤한 키옥시아도 올 초 업계 최초로 332단 낸드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2029년까지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히며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SMC로 수요 쏠림이 심화하고 있지만 고객사들은 줄을 서서라도 TSMC에 제품을 맡기려 한다"며 "삼성전자의 수주가 지지부진한 사이 중국 파운드리는 자국 물량을 기반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도 지난 10여 년간 점유율 3% 안팎이 유지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고객 맞춤형 시장이라는 점에서 고객사 수요가 중요하고 그에 따라 설계, 제조, 패키징 등이 점차 세분화·전문화하는 추세"라며 "이러한 흐름에 우리 반도체 산업의 대응이 늦었다"고 진단했다.
한국 반도체의 체면을 살려주고 있는 HBM도 경쟁국의 도전이 거세다.
HBM3(4세대)를 건너뛴 마이크론은 삼성전자보다 빨리 HBM3E(5세대)의 엔비디아 품질검증을 통과하고 12단 제품 양산을 시작한 결과 메모리 3사 중 유일하게 1분기 D램 매출이 전 분기 대비 성장했다. 트렌드포스는 "HBM3E 출하 규모가 확대되며 마이크론의 평균판매가격(ASP) 하락을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마이크론은 미국 아이다호주와 뉴욕 공장을 증설 중인 가운데 내년 가동을 목표로 싱가포르에 10조원 규모의 HBM 공장 설립 계획도 발표했다. 일본 히로시마에 짓고 있는 HBM 공장도 당초 목표였던 2027년 가동 계획을 1년가량 앞당기는 등 HBM 관련 공격적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웅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최근 마이크론의 공격적인 HBM 라인 증설은 국내 기업의 투자 확대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초격차'를 위해 최근 일본에서 열린 'IEEE VLSI 심포지엄'에서 차세대 D램 로드맵을 발표했다. 미세 공정으로 셀 면적을 최소화한 D램으로 HBM을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차선용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CTO)은 "현재 테크 플랫폼을 적용한 미세 공정은 점차 성능과 용량을 개선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10나노 이하에서 구조와 소재, 구성 요소의 혁신을 바탕으로 4F²VG 플랫폼과 3D D램 기술을 준비해 기술적 한계를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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