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고, 중국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첫 공약으로 내건 '반도체특별법' 제정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10일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반도체의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범 교수는 "한 예로 중국 상하이교통대에는 전자공학과 교수가 600여 명, 학생이 6000여 명이다. 상하이에만 이런 큰 대학이 3개나 있다"며 "정부 주도로 수많은 반도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중국에 대응할 무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 지원과 대응이 피상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병훈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생태계를 구축하는 공적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잘못된 정책을 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반도체 수출 관세에 대해) 압박을 가하면 정부가 나서서 우리 기업들이 살길을 도모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다"며 "기업에 맡겨 놓고 정부는 나 몰라라 한다. 기업들이 미국 정부하고 상대할 수 없는데 이러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강조한 '반도체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높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우리를 추격하는 상황을 바꿀 순 없다. 결국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 용인에 반도체 인프라를 구축한다든지 세금 공제를 해주겠다고 말하지만 (생태계 구축에)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가장 시급한 것은 반도체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반도체 자립 속도가 더욱 빨리지는 가운데 한국을 곧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다. 파운드리 분야는 1~2년 내에 격차가 좁혀질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범 교수는 "중국이 자본과 인력 인프라를 내세워 조만간 한국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을 것"이라며 "대만과 기술 교류도 활발해 조만간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병훈 교수 역시 "파운드리는 1~2년 안에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며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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