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세계 1위 제조업 국가가 됐다. 중국은 제조업을 지속 강화하고 핵심 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5월 19일 허난성 뤄양 베어링그룹 시찰>
"과학 기술 혁신과 전통 산업 업그레이드, 신흥 산업 발전, 미래 산업 육성, 현대화된 산업 시스템 구축 등을 목표로 해야 한다" <4월 30일 15차 5개년 계획 좌담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첨단기술 육성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연일 강조하고 나섰다. 제조업은 중국 고용시장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특히 기술 패권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그 어느 때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첨단 제조업 핵심 기술의 자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내년부터 시행될 중국의 새로운 5개년 경제계획, 이른바 15차5개년(이하 15차 계획)의 핵심도 반도체 인공지능(AI) 등과 같은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첨단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첨단기술 통한 제조업 고도화...'혁신' 민간기업에 힘 실려

뤄중웨이 사회과학원 산업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를 통해 "외부 위험이 커짐에 따라 '중국산'은 더욱 강력한 산업 시스템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며 "제조업이 중국의 다가올 15차 계획의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5차 계획에서는 올해로 종료되는‘중국제조 2025’를 이어갈 중국의 포스트 제조업 육성 정책의 윤곽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 정부가 2015년 5월 발표한 첨단산업 육성 10개년 정책이다. 전기차·바이오 의약·고속철도·로봇·차세대 정보기술·해양 설비·농기계·전력 장비·신소재·항공 우주 장비 등 10대 하이테크 산업을 육성해 2025년까지 중국을 첨단 제조강국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4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제조 2025에서 제시한 260여개 목표 달성률이 86%에 달했다며 2025년말까지 대부분 목표가 달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구칭양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싱가포르 연합조보를 통해 "새 제조업 육성책은 '중국제조 2025'와는 상당히 다를 것”이며 “첨단기술·정밀기술·반도체·AI 등 미국의 기술 봉쇄에 대응하는 핵심 분야에 더욱 중점을 두고, 더 미래지향적인 형태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송원디 연구원은 "미국의 기술 봉쇄가 더 심화할 가능성에 직면하여, 새 제조업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혁신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과학기술 혁신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15차 계획에서 민간기업의 역할도 예전보다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광둥성 정부 산하 싱크탱크인 광둥개혁협회의 펑펑 소장은 15차 계획은 "기술과 혁신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 새롭고 미래 지향적인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이런 면에서 민간 기업은 훨씬 더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실제 중국 거시경제계획 수립을 맡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의 정산제 주임은 최근 반도체·인터넷·바이오제약·신소재·AI 등 중국 전략적 신흥산업에 종사하는 5개 민간기업 수장을 만나 15차 계획 수립과 관련한 과학기술 혁신 분야에 대한 의견과 제안을 듣기도 했다.
과학기술을 통한 제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며 15차 계획엔 강도 높은 연구개발(R&D) 투자안도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과학원은 보고서에서 "15차 계획은 국가 R&D 강화하는 방안의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해 중국의 R&D 투자액은 3조6130억 위안(약 688조원)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이는 5년 전인 2019년 투자액인 2조2143억 위안에 비해 63.1%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비중, 이른바 R&D 집중도는 2.68%로, 세계 주요국 중 12위를 차지했다.
수요 늘려라...소득분배·민생투자·서비스 소비 진작 '초점'
또한 외부환경의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15차 계획은 내수 확대, 특히 소비 진작도 핵심 임무로 떠올랐다.
1995년부터 약 30년에 걸쳐 중국 5개년 계획 초안 작성에 참여한 양웨이민 전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부주임은 “그동안 수요보다는 생산 공급측 투자에 더 관심을 뒀지만, 현재 국내 수요 부진 문제가 커진 상황에서 15차 계획에서는 수요를 늘리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외부환경 불확실성으로 수출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소비 진작을 통한 내수 확대 필요성이 커졌다.
중국의 GDP 대비 소비율은 2023년 39.1%로, 2001년(45.5%)보다 오히려 줄었다. 이는 미국·독일·일본보다 각각 28.8% 10.8%, 16.5% 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양 전 부주임은 “15차 계획, 16차 계획(2031~2035년) 기간에 GDP 대비 소비율을 50% 이상 높여야 중국의 향후 경제 펀더멘털이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소득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소득층 가계 부담을 낮추는 데 소비 진작 정책의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소득분배 개혁으로 주민소득을 늘리고, 양로·교육·건강 등 공공서비스에 재정지출을 늘리는 등 민생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소비 증가율이 둔화한 것은 중산층 소득이 감소한 것과 관련이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중산층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식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도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아울러 중국이 교육·의료·문화·스포츠 등 방면에서 서비스 소비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차이신망은 “중국 최종 소비에서 서비스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6%로, 여전히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 낮다”며 “특히 교육·의료 서비스 등 방면에서 규제를 풀고 더 많은 민영 기업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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