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룸] "인생은 즐거움을 찾는 것"…'40만 구독자' 日 셀카 할머니 별세

사진니시모토 기미코 인스타그램
[사진=니시모토 기미코 인스타그램]
“인생은 즐거움을 찾는 것”

유쾌한 자화상으로 전 세계 누리꾼을 미소 짓게 한 일본의 ‘셀카 할머니’, 니시모토 기미코(西本喜美子)가 향년 97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니시모토는 지난 9일 담관암 투병 끝에 구마모토현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가족은 고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어머니는 항상 미소와 함께 창작을 즐기셨다”며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유족이 고인의 인스타그램에 남긴 글 사진니시모토 기미코 인스타그램
유족이 고인의 인스타그램에 남긴 글 [사진=니시모토 기미코 인스타그램]
니시모토의 인생은 72세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1928년 브라질에서 태어나 8세에 일본으로 이주한 그는 젊은 시절 미용사, 자전거 선수로 활동하며 평범한 삶을 살았다. 27세에 결혼한 뒤엔 예술과는 전혀 무관한 인생을 이어오다, 1990년대 중반 아트디렉터인 아들의 권유로 처음 카메라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완전히 새로운 인생이 펼쳐졌다.

사진을 독학으로 익힌 그는 직접 연출하고 등장하는 ‘셀프 자화상’ 작업을 시작했고, 그 스타일은 기존 사진계와는 전혀 달랐다. 빨래건조대에 매달리거나, 쓰레기봉투에 온몸을 감싸고 등장하는 사진은 단순한 장난이 아닌, 나이 듦에 대한 철학과 유머가 녹아든 예술이었다.
 
사진니시모토 기미코 인스타그램
[사진=니시모토 기미코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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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니시모토 기미코 인스타그램]
“날씨가 좋으면 떠내려간다”, “햇볕에 말리면 코로나가 죽지 않을까” 등 작품에 붙은 설명도 그의 상상력과 위트를 뒷받침했다. 또 새와 대화하는 요정, 손수레를 끌고 자동차와 나란히 달리는 장면 등 기상천외한 연출은 보는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안겼다.

니시모토는 일본 영자신문 ‘재팬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인생은 즐거움을 찾는 것”이라며 “주위를 둘러보면 언제나 사진 찍고 싶은 무언가가 눈에 들어온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2년 폐암으로 남편을 잃은 뒤, 사진은 그에게 큰 위안이 되었고, 외로움은 인간형 로봇 ‘페퍼’와 교류하며 달랬다. 그 와중에도 창작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첫 개인전은 2011년 열렸고, 2016년엔 사진집도 출간됐다. 2018년부터 시작한 SNS 활동은 빠르게 주목을 받으며 40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끌어모았다. ‘셀카 할머니’라는 별명도 붙여졌다.
 
사진니시모토 기미코 인스타그램
[사진=니시모토 기미코 인스타그램]
그러나 올해 5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나뭇잎을 입에 문 사진을 SNS에 올리며 “당분간 병원에 머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6월 5일, 벚꽃 사진과 함께 “내년에도 벚꽃을 보고 싶다~ 볼 수 있을까~”라는 글을 남겼고, 이 게시물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신 분”, “그녀의 사진은 하나의 시였고, 인생 그 자체였다”, “천국에서도 유쾌한 셀카를 남기시길”이라며 아쉬움을 전하고 있다.

니시모토는 72세에 예술가로 데뷔해 25년간 사진가로서의 인생을 살아냈고, 마지막 순간까지 ‘재치’와 ‘철학’을 잃지 않은 진정한 창작자였다. 그가 남긴 셀카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시대를 관통한 메시지로 남아 계속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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