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늘어나는 폐교 현상이 남긴 질문…지방 소멸, 어떻게 막아야 하나

경상남도 초·중·고등학교의 학생 수 감소가 심화되면서 이에 따른 폐교 및 통폐합 문제가 교육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사진경남도교육청
경상남도 초·중·고등학교 학생 수 감소가 심화되면서 이에 따른 폐교 및 통폐합 문제가 교육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경남도교육청]
“대통령의 모교도 결국 문을 닫았다.”
 
지방 소멸 위기를 설명할 때 역대 대통령 모교 상황에 빗대 자주 인용되는 문구 중 하나다. 실제 이번에 새롭게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도 유년 시절을 보낸 경북 안동 월곡초등학교 삼계분교장이 현재 ‘폐교 예비학교’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현실을 목도하게 됐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2021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초등학교 교정은 점차 풀밭으로 변해 갈 것이다. 운동장 종소리는 멎었고, 그 시절 아이들은 도시 어딘가로 떠나 버렸다. 이 같은 풍경은 단지 한 지역의 소멸이 아닌 대한민국 전역에 퍼지고 있는 기능의 이탈이라고 규정한다면 비약일까.
 
행정안전부는 2025년 기준으로 전국 89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전체 기초자치단체의 약 40%에 달하는 수치다. 이들 지역은 출산 가능 연령대 여성보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역삼각형’ 인구구조를 보이며, 교육기관·의료시설·교통망 등 필수 인프라가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 이제는 ‘사람이 줄어서 기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능이 사라졌기 때문에 사람이 떠나는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할 정도다.
 
이런 위기에 대응해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 정착수당, 전세보증금 무이자 대출, 출산 장려금 같은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한 중소도시의 귀농·귀촌 지원사업에서는 지원자 10명 중 4명이 2년 안에 원 거주지로 돌아갔다는 감사 결과도 있다. 단발성 금전 지원만으로는 삶의 기반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지방 소멸은 인구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조건의 실패’에서 비롯된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한 ‘기능 회복형’ 정책이 일부 지역에서 시작되고 있다. 먼저 전북 남원시는 전통문화 콘텐츠인 판소리에 주목해 ‘사운드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운영했다. 2022년부터 젊은 국악인과 음향 예술가 60여 명이 남원에 장·단기 체류하며 창작과 워크숍을 병행했고, SNS를 통해 누적 1000만회 이상의 콘텐츠 노출을 이끌어냈다. 축제처럼 ‘소모되는 문화’가 아니라 지역에 정주하며 지속적으로 문화 자산을 만들어내는 생산적 문화 인프라의 사례다.
 
주거 측면에서는 경기도 연천군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연천군은 노후 빈집을 개조해 저에너지 스마트 주택으로 공급하는 ‘귀농인의 집’ 사업을 운영했고 해당 주택 입주자의 3년 내 정착률은 88%에 달했다. 과거에는 귀농인의 절반가량이 2년 이내 재이주했던 것과 대조된다. 단순한 주택 제공이 아니라 마을 커뮤니티와 생활 인프라를 결합한 공동체 단위 설계가 성과를 낸 것이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일자리 정책이 가장 먼저 달라져야 한다. 정부는 현재 ‘지방첨단산업벨트’를 조성하고자 리쇼어링 기업, AI 기반 스마트팜, 바이오헬스 등을 유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각 지역 특성에 맞는 로컬 실증특구, 즉 ‘테스트베드’ 기능이 필수다.
 
또한 교통·의료 같은 핵심 기능의 재배치도 시급하다. 인구 10만명 이하 기초자치단체에는 분만 가능한 공공의료기관을 반드시 설치하는 ‘의료 사각지대 제로 법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수도권 수준의 환승 체계를 구축해 DRT(수요응답형 교통), 공유차량, 시외버스의 연계 역시 갖춰야 한다.
 
특히 이 모든 기능 회복 정책의 뿌리가 되려면 국가 재정 운용방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현재 연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은 대부분 ‘공모식’으로 ‘단발성 사업’에 쓰이고 있다. 이제는 5년 단위 성과계약 방식으로 구조화하고, 사업 실패에 대한 정책적 면책 조항을 마련해 장기 실험과 실패 공유가 가능한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도권과 지방을 단순히 ‘제로섬 경쟁’이 아닌 상호 보완적 순환 구조로 인식하는 생각의 전환 역시 시급하다. 지방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선 출산율만 탓할 것이 아니라 그 땅에서 ‘살 수 있는’ 조건을 되돌려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구조를 재설계하는 결단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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