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 수주를 위한 대형사 간 혈투가 본격화할 방침이다. 선별 수주 기조에도 강남·성수 등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알짜 사업장들이 하반기 시공사 선정을 줄줄이 예고하고 있어서다. 독보적 상징성은 물론 향후 수년간의 먹거리와 수주 판도가 걸려 있어 각 건설사들이 ‘한강 벨트’ 확보에 하반기 수주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용산정비창 전면 제1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은 전날 정기총회를 열고, HDC현대산업개발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다. 총회 투표에 참석한 인원 396명 중 250명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사업은 지하 6층~지상 38층 총 12개동 규모의 공동주택 777가구와 오피스텔 894실 및 상업 및 업무시설을 복합개발하는 사업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한 랜드마크 수준의 특화 설계와 파격적 금융지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포스코이앤씨를 꺾고 1조원대 사업을 거머쥔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수주로 올해 도시정비사업 부문에서 총 2조2262억원의 수주고를 확보했으며, 남은 사업 수주에도 청신호를 켜게 됐다.
용산정비창 시공사 선정을 시작으로 하반기 강남구 개포동과 압구정동, 성동구 성수동 일대의 알짜 정비사업 수주를 둘러싼 건설사들의 대진 구도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19일까지 시공사 입찰을 마무리 지은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의 경우, 5년 만에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2파전이 성사됐다. 사업지는 용적률이 157%로 낮고, 공사비도 6778억원으로 사업성이 비교적 높다는 평가다.
삼성물산은 앞서 16일 입찰보증금 일부를 제출하며 사업 참여 의사를 굳힌 바 있다. 압구정2구역 등 일부 대형 사업의 수주를 포기하는 대신 해당 사업장에 집중해 한남4구역에 이어 내실 있는 수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개포우성7차 수주전에 뛰어든 대우건설은 이날 사업지 단지명으로 '써밋 프라니티'를 제시하고, 김보현 대표이사 취임 후 첫 ‘써밋(SUMMIT)’ 브랜드를 강남 핵심 입지에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말 “취임 후 하이엔드 브랜드인 써밋을 적용해 최고의 주거명작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개포우성7차 단지를 직접 방문하기도 해 수주 의지를 다졌다.
오는 8월 말 입찰공고 예정인 성동구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 역시 현대건설과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조합에 입찰 의사를 밝힌 상태다. 성수1지구는 총 약 1만 가구, 50층 이상 아파트 단지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 4개 사업지 중 추진 속도가 빠르고 사업성도 가장 높은 곳으로 분석된다. 특히 현대건설은 압구정2구역과 함께 성수1지구 수주를 함께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반기 수주 대전은 재건축 공사비만 2조7488억원 수준인 압구정2구역 시공사 선정이 대미를 장식할 전망이다. 쟁쟁한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입찰이 유력시되던 삼성물산이 돌연 불참을 선언하면서 현대건설이 한층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조합은 오는 8월 11일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하고, 9월 중에는 3차례 합동설명회를 통해 최종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성수1지구와 압구정2구역의 경우, 올해 하반기 수주 결과에 따라 나머지 구역에 대한 수주 향배까지 결정지을 수 있어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대형사들도 주요 사업장에 대한 선별수주 기조를 강화해왔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상징적 입지에 대한 시공권 확보를 위해서라도 출혈 경쟁 수준의 수주전이 다시금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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