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DSR 규제를 받지 않는 '틈새 대출 상품'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최대치로 받고도 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거나 본격적인 규제 시작 전 대출을 최대 한도로 받아 놓으려는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예금담보대출 잔액은 6조838억원으로 집계됐다. 1월(5조8464억원)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2374억원 늘어난 것으로 매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예담대는 DSR 산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대표적인 대출 상품으로 꼽힌다. 금리가 4%대로 낮은 편이고 심사도 간단해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필요한 차주들이 자주 찾는다. 최근엔 대출 총량 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요까지 더해져 잔액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3단계 DSR 대상에 포함되는 카드론으로도 규제 전 한도를 최대한 확보하려는 '막차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9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42조6571억원으로 전달 대비 1566억원 늘어났다. 3월 말 부실채권 상각 효과 등으로 감소한 뒤 다시 증가 전환됐다.
카드론은 통상 중저신용자가 많이 이용하지만 최근엔 고신용자 이용 건수도 늘고 있다. 대출 중개 핀테크업체 핀다에 따르면 고신용자의 2금융권 대출 약정 건수는 5월 3주 차(19~25일)에 전주(12~18일) 대비 40.4% 늘었다. 신용점수 1000점인 차주들의 2금융권 대출 약정 건수와 약정 금액도 각각 150%, 600% 급증했다.
일부 예비 차주들은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보험약관대출을 고려하고 있다. 보험약관대출은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심사 없이 즉시 대출이 가능해 대출 수요자들이 급전 창구로 이용하고 있다. 다만 보험사들이 건전성 이슈로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등 문턱을 높여 증가세는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의 단계적 확대가 대출시장에 일시적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비정상적으로 대출이 급증한 항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금융감독원은 16일 은행권 부행장들을 긴급 소집해 가계대출이 불어나지 않도록 선제 조치를 주문한 데 이어 19일엔 상호금융권 중앙회 여신담당 부서장들을 소집해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당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7월부터 시행되는 3단계 스트레스 DSR은 금융시장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과도한 대출 집중이나 규제 회피 움직임에 대해 금융권과 함께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며 "일부 비규제 상품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에 대해서는 필요시 제도적 보완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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