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티몬이 법원의 강제인가 결정을 받아내며 회생국면에 접어들었다. 오아시스의 인수가 확정되면서 구조조정은 속도를 내게 됐지만, 낮은 변제율에 대한 판매자(셀러)들의 반발과 후속 이행 가능성은 여전히 주요한 관전포인트로 남는다.
회생계획 부결 뒤 ‘강제인가’…법원, 청산보다 회생 선택
서울회생법원 회생3부(재판장 정준영)는 23일 티몬의 회생계획안에 대해 강제 인가를 결정했다. 이는 앞서 지난 20일 회생계획안이 관계인집회에서 법정 동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된 데 따른 조치다.
당시 관계인집회에서는 회생담보권자(주로 금융권)의 100%, 일반 회생채권자(대형 공급사 등)의 82.16%가 찬성했지만, 중소상공인과 소비자 등으로 구성된 상거래채권자 조에서는 찬성률이 43.48%에 그쳐 법정 요건인 66.7%에 미달했다. 전체 회생채권자 의결권 총액 중 59.47%가 찬성했지만, 조별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법원은 이에 대해 “상거래채권 조에서 부결됐더라도 회생계획안이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으며, 이미 인수대금이 납입돼 계획 이행 가능성이 높다”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43조에 따라 권리보호조항을 설정한 강제 인가 요건이 충족된다고 판단했다.
‘권리보호조항’ 근거한 전형적 강제인가
이번 결정의 법적 근거는 채무자 회생법 제243조다. 이 조항은 일정 채권자 조에서 법정 찬성을 얻지 못하더라도, 법원이 전체 청산가치 보장, 이행 가능성, 기타 채권자 이익 등을 고려해 강제로 인가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티몬은 오아시스와의 조건부 인수계약을 통해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대금(총 116억 원 중 102억 원)을 이미 법원에 납입했다. 법원은 이 같은 선납 방식이 회생계획 이행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또한 인수 이후 티몬 플랫폼의 영업 지속이 근로자 고용 안정, 소비자 서비스 회복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주요 판단 요소로 작용했다.
셀러 단체 “납득 어렵다”…“사실상 변제 없는 면죄부”
법원의 강제 인가에 대해 티몬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검은우산 비대위)는 즉각 반발했다. 비대위는 “1% 남짓한 변제율은 피해 금액의 일주일치 대출이자에도 못 미친다”며, “실질적으로 책임자에 면죄부를 주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피해자 측은 “법원이 구조조정의 명분으로 일방적인 결정을 강행했다”고 주장하며, “회생이 아니라 회피”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중소판매자 중심의 이 단체는 향후 추가 민사소송이나 형사고발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중소상공인 채권자의 대규모 피해가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강제인가를 택한 점은 법리 판단과 시장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선택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오아시스 인수 마무리…수익모델 개편이 관건
법원의 강제 인가로 오아시스는 남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후 티몬은 인력 조직 재편, MD 중심 구조 개편, 저수수료(3~5%) 기반 수익모델 전환 등의 계획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간판이나 수익구조 개편을 넘어 신뢰 회복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상공인 판매자 다수가 여전히 티몬 플랫폼 복귀를 주저하는 상황에서, 오아시스가 단순히 구조를 바꾼다고 해도 거래 기반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산 지연 사태 이후 티몬의 일 거래량은 절반 이하로 감소했으며, 브랜드 인지도도 급락한 상태다. 회생계획 이행을 위한 매출 기반 회복과 소비자·판매자 신뢰 회복이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강제 인가의 실질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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