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글로벌 항만 허브서 우뚝 선 K-해운…동남아 진출 거점 키운다

  • HMM, 싱가폴 항만 중심으로 선복량 확대

  • 고려해운은 한국-싱가폴 노선 점유율 1위 강조

사진이나경 기자
김기태 HMM동남아권역장 [사진=이나경 기자]
글로벌 해운산업이 트럼프 관세와 중동정세 불안으로 전례 없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HMM, 고려해운(KMTC)등 국내 주요 해운기업이 글로벌 핵심 해양 허브인 싱가포르에서 다시 뛸 채비에 나서고 있다.

24일 아주경제는 지난 17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김기태 HMM동남아권역장과 이병기 고려해운 싱가포르 법인장을 만났다. 두 기업이 싱가포르항만을 전략적 요충지로 삼는 이유와 글로벌 해운 기업으로의 도약하기 위한 전략에 대해 들었다.

HMM은 국내 기업 최초로 1996년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했다. 싱가포르 법인은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변 10개 국가의 영업 운영까지 총괄하고 있다. 김 권역장은 지난 1992년 현대상선에 입사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의 현지 법인에서 근무해 온 동남아 해운 전문가다. 

HMM은 싱가포르항을 중심으로 오는 2030년까지 컨테이너 선복량을 150만TEU(130척)로 확대한다는 중장기 전략을 실행 중이다. 싱가포르항이 동남아 거점 항만으로서 HMM의 환적 물동량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김 권역장은 "과거 싱가포르항은 중국을 보좌하는 서브 항만이었지만, 최근에는 관세 이슈 등으로 물동량 증가율이 중국을 앞서며 세계적인 물류 중심지로 변화하고 있다"며 "4~5년 전만 해도 HMM에서 베트남 물동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19%였지만 최근에는 중국과 비슷한 수준인 30%까지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HMM은 치솟은 동남아 물동량을 고려해 최근 중소형 선대 확충에 나섰다. 글로벌 불확실성 속 선대 다양화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사업 리스크는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20년 싱가포르 최대 터미널 운영사인 PSA와 합작투자회사(JV)를 설립해 항만 네트워크를 선점하기도 했다. 이처럼 HMM이 항만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선복량 확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HMM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유일하게 남은 국적선사로서 해외 선사에 의존하기보단 독자적인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김 권역장은 "HMM이 치열한 글로벌 해운 시장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동남아 시장 선점을 위해 터미널뿐만 아니라 컨테이너 야적장, 인력에 대한 투자도 적기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나경 기자
이병기 고려해운 싱가포르 법인장. [사진=이나경 기자]
고려해운은 동남아시아 중심 선복량 확대를 통해 글로벌 해운사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2009년 설립된 고려해운 싱가포르 법인은 싱가포르 수출입 컨테이너 관리는 물론 선박 자산 및 자금 관리까지 총괄하고 있다. 이병기 법인장은 인도 뭄바이와 서울 본사를 거쳐 지난 2023년 2월 싱가포르법인장으로 부임했다. 차별화된 화주 맞춤 서비스를 구현해 싱가포르 현지시장에서 고려해운의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단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고려해운은 20년 가까이 한국-싱가포르 노선에서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 점유율 1위를 점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화주 편의성을 극대화한 결과다.

대형 해운사와 달리, 로컬 수출입에 집중한 것도 점유율 확대에 큰 기여를 했다. 이병기 법인장은 "싱가포르는 땅이 부족해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쌀과 계란 등의 식료품을 전부 해외에서 수입해 온다"며 "이러한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자사는 환적 업무와 동시에 로컬 수출입 물량에 확보에 집중했고, 그 결과 지금의 점유율을 유지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려해운 싱가포르 법인은 올해 서비스 노선 확대 및 선박 스케줄 관리 효율화를 통해 수출입 물동량을 전년 대비 10% 이상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40년 만에 미주 항로를 재개하기도 했다. 이 법인장은 "자사 법인은 싱가폴 현지에 있는 타사 법인 대비 규모는 작지만, 촘촘한 영업망 관리와 화주 맞춤 서비스를 통해 싱가포르는 물론 아시아 권역에서의 물동량 점유율이 상위권에 속해 있다"며 "최근 미주 항로 서비스까지 재개하며 글로벌 해운사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재)바다의품과 (사)한국해양기자협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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