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면서 한·베트남 관계에도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베트남 최고 지도부는 즉각 축전을 보내며 양국 간 전략적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베트남 정치권력 서열 1, 2위인 또럼 서기장과 르엉끄엉 주석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당선을 축하하며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한층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양국 관계가 앞으로 더욱 실질적이고 효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치·외교 채널을 통해 긴밀히 소통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러한 환영 분위기는 양국 정상 간 첫 통화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양국 정상은 지난달 12일 통화를 갖고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보다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게 발전시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이번 대화에서는 경제·기술·인력이라는 3대 축을 중심으로 실질 협력을 강화하자는 공감대가 확인됐다. 베트남은 한국의 첨단 기술력과 산업 경쟁력에 큰 관심을 보였고,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가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이는 베트남이 기술 협력의 파트너로서 더 깊숙이 한국의 가치사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 간 경제 협력은 이미 수치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기준 한·베 양국 교역액은 867억 달러(약 11조7600억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9% 이상 성장했다. 또럼 서기장은 최근 최영삼 주베트남 한국대사와의 면담에서 오는 2030년까지 교역액을 1500억 달러로 확대하고 무역 구조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방안을 재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규모 확대를 넘어 베트남이 한국의 핵심 공급망 파트너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맞물려 한국 신정부의 산업·기술 정책은 베트남의 관심과 기대를 더욱 키우고 있다. 새 정부는 AI, 빅데이터,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분야의 연구개발과 기업 지원을 강화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급 인력 양성도 양국이 주목하는 핵심 과제다. 베트남은 첨단 분야 인재 배출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으며, 한국은 이를 위해 맞춤형 교육·연수 프로그램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르엉끄엉 주석은 “베트남은 반도체와 AI 분야에서 한국의 노하우를 흡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양국이 함께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협력은 다자외교 무대에서도 긴밀히 맞물려 돌아갈 전망이다. 한국은 2025년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베트남은 2027년 APEC 의장국 역할을 맡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 직후 “베트남은 한·아세안 파트너십의 핵심”이라며 다자무대에서도 신뢰를 바탕으로 역내 공급망 안정, 디지털 전환, 에너지 협력 등 초국경 과제를 함께 풀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불확실성이 큰 글로벌 안보 환경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견국 간 연대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 관계의 토대 중 하나로 30만명에 달하는 재한 베트남 교민 공동체가 있다. 다오뚜언흥 재한 베트남교민회 회장은 “수많은 베트남인들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과 같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서민과 약자를 돌보겠다고 약속한 만큼, 교민 사회에도 실질적 지원과 기회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경제·문화 어느 한 축에 머물지 않고 한·베 관계는 서로가 서로의 발전을 지지하는 ‘공생모델’로 성장해야 한다”며 “이번 정부 출범은 그 흐름을 가속할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재명 대통령 체제에서 한·베 관계는 경제, 첨단기술, 인력이라는 세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더욱 입체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역 확대, 반도체·AI 협력, 고급 인력 교류가 맞물릴수록 양국은 단순한 경제 파트너를 넘어 ‘함께 성장하는 미래 공동체’로 도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한-베 전략적 협력은 양국 모두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안정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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