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 수요가 줄 잇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아파트 거래가 끊기고 호가가 수억원씩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초강도 대출규제에 이어 이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까지 겹치면서다. 수요자들은 관망세로 돌아서고, 집주인들은 추락하는 호가에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3일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 2·4차 매물 호가가 대출 규제 전과 비교해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2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기 수요는 있지만 매매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며 "요즘 분위기로 보면 3억원 정도 떨어져야 계약이 성사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포동 대장주인 래미안원베일리도 매수세가 줄고 계약 취소 사례도 나왔다. 지난달 17일 전용 84㎡가 63억 7000만원에 거래됐다가 계약이 해제됐다. 래미안원베일리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규제 이후 호가 조정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지만 아직 매물 변동은 없다. 워낙 매물 자체가 적어서 호가는 방어가 되는 모양새지만 매수·매도 문의는 뚝 끊겼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지역 주요 아파트들은 호가 하락에 더불어 무더기 계약 취소 건까지 나타나고 있다.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는 규제 시행 후 호가가 2억원 가까이 빠졌다. 잠실동 리센츠는 지난 26일 전용 59㎡가 27억 9000만원에 매매됐지만 6·27 대책 이후 계약 취소됐다. 신천동 파크리오 아파트에서는 지난달 매매된 10건 중 3건이 계약 해제됐다. 강남구에서는 도곡동 도곡렉슬은 전용 119㎡ 매물 호가가 3억원 가까이 떨어지는 사례도 나왔다.
30억원대 이상 고가 아파트가 몰려있는 ‘강남 3구’는 6·27 대책의 직격탄을 맞았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달 1일 8만2636건에서 지난 1일 7만5536건으로 한 달 새 약 8.6% 줄어들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고가주택일수록 대출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핵심지 '불장'이 식는 분위기"라며 "규제 여파로 급매물이 나오더라도 대출 가능 금액을 먼저 알아보는 등 신중한 접근이 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다만,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거래량은 조정되겠지만 가격은 보합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대출 제한 탓에 갈아타기를 포기하면서 매물 잠금 현상이 뒤따르고 있다"며 "매물이 적체되면 가격 조정이 제한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매물 자체가 없기 때문에 호가를 끌어내리는 유인이 없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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