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로 가면 국내 석화 산업은 1~2년 내로 공멸의 위기에 직면할 것입니다."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산업 경기 침체 등으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는 내년까지를 석화기업들의 구조조정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될 경우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이 시장에 쏟아지며 기업들의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벼랑 끝에 내몰린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을 위해 정부 주도의 사업 재편과 함께 사업 육성을 가로막는 규제 완화 및 세제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재편'을 주제로 열린 제1회 국회산업포럼에서는 이같은 의견이 공유됐다. 국회미래산업포럼과 국회미래연구원이 주최한 이날 포럼에는 김기식 국회미래연구원장, 권남훈 산업연구원장,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산업부·한국화학산업협회 및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김기식 국회미래연구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석화 산업은 국가 5대 기간산업임에도 올해 혹은 내년을 기점으로 가히 공멸의 위기에 직면했다"며 "이런 가운데 내년 10조원에 가까운 투자가 이뤄졌던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까지 가동되면 과연 석화산업의 미래가 있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몇십 년간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산업을 지키는 일은 버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며 "정부의 과감한 지원을 바탕으로 한 사전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글로벌 역학 관계 기반 한국 석유화학 전망'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지훈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대표 파트너는 산단별 산업 재편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산단별 공급과잉 수준 및 다운스트림 등에 차이가 있으므로 일관된 방향성으로 산업재편이 진행돼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김 파트너는 "특히 울산산단의 경우 내년 샤힌 프로젝트 가동 시 공급 케파가 C2 및 범용 폴리에틸렌(PE) 공급 과잉이 불가피하다"며 "산단 내 업체 간 협업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우선 확보하고 추후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선 업계 관계자들의 정책 건의가 이어졌다. 이들은 석화기업 간 구조조정 논의를 가로막는 공정거래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법상 기업 간 계약으로 특정 지역의 NCC 통합·축소는 담합으로 간주할 수 있어서다.
김상민 LG화학 석유화학본부장은 "업계 간 최적의 통합 시너지를 논의해 갈 수 있도록 우선은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규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정부에서도 구조 재편이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관점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업계와 깊은 소통은 물론 지원 방안을 구체화하는 데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김민우 롯데케미칼 전략기획본부장 역시 "국내 기업들은 국내 기업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독과점에 관한 판단이나 규제가 유연해지길 바란다"며 "수익성 악화 시기가 길어지다 보니 기업들이 재무적인 스트레스가 커, 전기료 감면·세액공제에 대한 지원도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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