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사고 발생 시 건설사 매출액의 최대 3%의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최대 1년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건설안전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건설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건설현장의 반복적인 중대재해를 사전에 방지하고 사업자 안전관리 책임을 제도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취지이나 처벌 강도가 워낙 강한 데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중복 규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문진석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1인은 최근 건설안전특별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 법안은 건설사업자와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 건축사가 안전관리 의무 소홀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매출액 3% 이내 과징금, 최대 1년 영업정지 중 하나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또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등 건설공사 참여자가 안전관리 의무를 위반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형사처벌 조항도 담겼다.

해당 법안에서 과징금이 매출액 대비 최대 3% 수준이면 한해 영업이익과 맞먹는 규모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해 10대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3%를 밑돌았다. 사실상 연간 영업이익에 버금가는 수준의 금전적 제재가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또 이미 중대재해처벌법 등 다수의 법안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중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사고를 낸 기업은 중대재해법에 따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고, 건설안전법에 따라 7년 이하 징역 및 매출액 3% 과징금,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처벌까지 받는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기업의 존폐를 좌우할 수 있는 조치"라며 "사실상 한 해 이익 전부를 과징금으로 부담해야 해 기업이 도산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중대재해처벌법 등 이미 다양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규제가 도입되면 중복 규제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해당 공사의 도급액(계약금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하는데 기업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시행 3년 차에 접어든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 논란이 여전한 만큼 추가적인 규제 필요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2025년 3월까지 법원이 선고한 판결은 총 37건이며 이 중 약 89%인 33건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유죄 판결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5건으로 전체 유죄 사건의 약 15%를 차지했으며, 대부분 중소기업에 집중됐다.
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처벌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규제가 효과가 있을 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발주자에도 적정 공사기간·비용 제공 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긍정적 측면도 분명히 있지만 기존 법률과의 중복 규제와 과잉 처벌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충분한 논의의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안전사고 예방이라는 법안의 취지는 긍정적인 만큼 논의 과정에서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과징금 산정 기준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처벌 규정이 있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한 규정과 처벌이 필요한 것은 맞다"며 "다만 업계의 부담이 매우 큰 상황이고, 여러 법률과의 중복과 충돌 가능성도 검토해야 하는 만큼 일정 수준을 조정하는 등의 논의 과정을 통해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