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6~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불참한다.
미국 주도 질서에 맞서는 ‘반(反)서방 국가연합’ 성격을 갖는 브릭스의 사실상 주최국인 두 나라 수장이 나란히 빠지는 것이다.
관세 전쟁을 촉발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상대로 한 공동 대응 조율이 회의 테이블에 오를 예정인 가운데 ‘반트럼프 연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브릭스 정상회의에 자국 정상 대신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2년간 브릭스 정상회의에 꾸준히 참석해 왔으나 이번에는 리창 총리를 파견했다.
중국 정부는 리 총리가 대신 참석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으며, 단지 “일정 문제” 때문이라는 설명만 내놨다.
일각에서는 최근 해외에 체류 중인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중심으로 유포된 ‘시진핑 실각설’과 맞물려 중국 권력 내부에 이상 기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올해 브릭스 정상회의는 중국 주도로 회원국·파트너국을 20국으로 늘린 이후 첫 정상급 회합이다.
줄곧 5국(중국·러시아·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체제를 유지하던 브릭스는 지난해부터 이란·UAE·이집트·에티오피아·인도네시아 등 회원국 5국과 파트너 10국을 받아 이번에 ‘상견례’를 할 예정이었다.
게다가 올해 미국발 무역 전쟁이 고조되면서 시 주석이 브릭스 회의를 무대 삼아 ‘탈(脫)달러 연대’를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 바 있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장기간 국내를 비우기 힘든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한 것이다.
러시아 정상도 이번 회의에 불참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발부한 체포영장의 집행 가능성 때문에 현장 참석 대신 화상 참석으로 방향을 틀었다.
ICC는 푸틴 대통령이 수만 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납치·강제 이송한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최근 이스라엘과 무력 분쟁을 겪은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역시 불참한다.
가디언은 “브릭스는 흔히 주요 7개국(G7)에 맞서는 개발도상국 중심의 대안 블록으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 급속한 회원국 확대 과정에서 서방 자본주의와 대립하는 이념적 정체성이 희석되고 있다”고 짚었다.
브릭스가 새롭게 받아들인 국가들의 경제 발전 단계도 제각각이며 서방에 대한 적대감의 정도 역시 다르다는 게 가디언의 지적이다.
신규 가입국들의 참여로 브릭스는 전체적으로 권위주의 국가들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게 됐고, 그로 인해 브라질, 남아공, 인도는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가디언은 해석했다.
AFP통신은 브릭스 정상회의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브릭스 정상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불공정한 관세 정책에 관해 한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의장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지난 4일 국제 무역에서 달러화 대체 구상을 옹호했다.
그는 “복잡한 문제라는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새 공식을 찾지 못한다면, 우린 20세기를 시작했던 방식대로 21세기를 마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FP는 최종 선언문에 미국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직접 언급되진 않겠지만, 미국을 향한 명백한 정치적 공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에 얼마나 강하게 대응할 것이냐를 두고는 회원국 간에 이견이 있다. 회원국들은 가자전쟁, 이란·이스라엘 전쟁 대응을 두고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