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들이 말하는 이재명①] 강찬우 변호사 "이재명, 임기중 귀 열고 유연한 대통령 돼야"

  • 이재명 정부 취임한달 '굉장히 놀라워'..."장차관 인사 보면 정적에게 복수하는 모습 아니다"

  • "대화해 보면 굉장히 실용적인 사람...경제회복을 통해 성장 꾀하고 대한민국 미래 방향 잘 잡을 것"

강찬우 변호사가 지난 3일 법무법인 평산 사무실에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유대길 기자
강찬우 변호사가 지난 3일 법무법인 평산 사무실에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유대길 기자]
"형들에게 '애살맞게'(꼼꼼하고 살뜰하다는 경상도 방언) 잘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18기)을 같이 다녔던 동기 강찬우 변호사가 지난 3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연수원 시절 이 대통령을 회고하면서 한 말이다.

강 변호사는 "87년에 사법 연수원에 입소했는데 중·고교생처럼 자기 책상이 정해져 있었다. 반과 담임이 정해져 있었고 강의 듣고 6개월에 한 번씩 시험을 쳤다. 우리는 중·고교를 겪어서 매우 익숙한데 학창시절이 없었던 이 대통령에겐 당시 연수원 풍경이 학창시절처럼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중·고교를 다니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 대통령에게 중앙대 법과대학(82학번)동기들과 연수원 동기들은 이 대통령에게 학창시절 친구가 됐고 이들은 이후 이 대통령에게 큰 자산이 됐다. 

강 변호사는 "통상 대학 4학년을 마치고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숫자가 제일 많은데, 이 대통령도 이런 그룹에 속했다. 당시 연수원 18기생이 290명 좀 넘었을텐데 동생라인에 속했다. 그래서 동기나 동생들보다는 형들이 많았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형들에게 애살맞게 잘했다. 집안에 친형이 있다보니 잘했 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연수원을 마치고 두 사람은 다른 길을 걸었다. 강 변호사는 검사에 임용됐고 이 대통령은 자신이 자란 경기 성남으로 돌아가 변호사가 됐다. 이후 인연이 없을 거 같았던 두 사람은 1995년 강 변호사가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발령이 나면서 성남에서 다시 만난다. "당시 성남 변호사 통틀어 (이 대통령) 동기는 저 하나였다. 이 대통령은 시민단체를 조직하고 성남 시민과 지역사회 운동을 하며 아스팔트 위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당시 여러 차례 시위를 하면서 특수공무집행방해로 여러 번 입건됐던 기억이 있다"고 회고했다. 

강 변호사는 연수원 18기가 정치적으로는 양분돼 있다고 말한다. "언론에서는 이 대통령 연수원 동기들이 민주당 소속이 많은 것처럼 보도하는데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강원지사,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등 당적이 다른 많은 사람들이 연수원 18기 동기다. 그래서 연수원 동기들끼리 만나면 정치 얘기는 잘 안 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한 달을 맞은 이재명 정부의 첫 인상을 놓고 "굉장히 놀랍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3년 윤석열 정권 동안 이리저리 공격당하며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장·차관 인선하는걸 보면 정적을 복수하는 모습이 아니다. 선거 공신이 모든 자리를 차지하는 이른바 점령군 모습도 없다. 사람들이 많이 놀라고 있다. 막상 대통령이 되면 그렇게 하기 힘들텐데 놀랍다"고 평가했다.

강 변호사는 "(이 대통령과) 대화해보면 굉장히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일 잘하고 조직내 신망을 받는 사람이 책임자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지지세력의 요구사항도 들어주어야 하므로, 100% 구현되지는 못할 것이지만, 그래도 결국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 것으로 확신한다"며 "경제회복을 통한 새로운 성장을 꾀하고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방향을 잘 잡을 것"이라고 했다. 
 
강 변호사는 또 현재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의 기소·수사 분리 정책에 대해서는 "대선공약으로 내세웠으니 기본적인 뼈대는 실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수사를 거쳐 기소를 하는 것이고 기소후에는 공소유지를 해야 하므로 범죄를 적발하여 이를 처단하는 기본적 틀을 손상시켜서는 안된다"며 "디테일한 부분에서 조정해 나가면 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나 이진수 법무부 차관, 봉욱 민정수석 등 라인을 보면, 합리적으로 성숙된 논의가  진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법조인으로서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을 두고는 과잉 공급된 변호사 시장 개선을 꼽았다. "로스쿨이 시행된 이후 매년 2000명 정도의 변호사가 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다. 변호사들이 과잉 공급되면서 현재 법조시장이 왜곡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법고시를 부활하자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사법고시 부활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며 "현재 변호사가 너무 많아진 부작용이 크다. 변호사들이 많아지니까 변호사들이 경쟁에 내몰리면서, 법조시장이 왜곡되고, 과당경쟁이 벌어져 법률소비자들을 현혹시킨다"며 "시장이 안좋으니까 현직 판검사들도 퇴직 후를 걱정하여 보직경쟁을 하는 경우까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는 이 대통령도 인식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광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실력이 되면 꼭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안 나와도 변호사 자격을 검증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대통령실 참모진에 법조인 양성 경로 다양화 방안에 대한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강 변호사는 개헌에 대해서는 "개헌이 필요한 건 맞다. 현재 정치 제도라든지 대통령제 구조라든지 선거 방식을 둘러싼 여러 문제들이라든지 여러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많은 문제가 있다"며 "그러나 개헌을 할지 안할지는 정치적 결단에 따른 것이다. 결국 대통령과 여당이 결단할 문제"라고 했다.

강 변호사는 연수원 동기 이 대통령에게 "본인이 말했던 대로 일을 잘하는 사람을 책임자로 맡기면 조직이 잘 돌아가고 나라가 잘 돌아 갈 것이라는 실용적인 생각이 끝까지 이어지길 바란다"며 "(이 대통령은) 귀가 열려있다. 사고방식이 매우 유연하다. 다만 이게 5년 간 이어지기 힘들텐데 귀가 열려있길 바란다. 나중에 문고리 권력같은 소리가 안 나오길 바란다. 유연한 생각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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