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 윤곽] 2금융은 왜 참여?...연체 자영업자 대출금, 은행의 5배

  • 3개월 이상 연체 대출 비중 68%…은행권은 13%에 불과

  • 은행권, 재원 마련의 형평성 제기하며 2금융권 참여 요구

지난달 16일 서울의 한 골목상권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서울의 한 골목상권.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배드뱅크' 도입을 본격 추진하면서 재원 마련에 은행권뿐 아니라 제2금융권까지 참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자영업자 부실 대출 가운데 상당 부분이 2금융권에 집중돼 있어 2금융권도 고통 분담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7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한 금융사에서 90일 이상 연체된 채무불이행자 개인사업자대출 중 2금융권(보험·카드·캐피털·상호금융·저축은행)이 보유한 금액은 17조5319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채무불이행자 개인사업자대출(25조8817억원) 가운데 67.7%에 해당한다. 특히 상호금융권 대출 비중은 14조4757억원으로 2금융권 내에서도 대부분(82.6%)을 차지했다. 

반면 은행권이 보유한 채무불이행자 개인사업자대출 금액은 3조7654억원으로 전체 중 13%에 불과하다. 2금융권 대비 약 5분의 1 수준인 셈이다. 채무불이행자의 가계대출 기준으로도 은행권이 보유한 금액 비중은 26.3%인 가운데 2금융권은 60%로 약 2배 높았다. 전체 대출 규모는 은행권이 압도적으로 크지만 부실 위험이 큰 대출은 2금융권에 집중됐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은행권에서는 배드뱅크를 도입하게 되면 2금융권 역시 일정 부분 재원 마련에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일각에서는 부실채권 규모에 비례해 분담비율을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배드뱅크가 부실채권(NPL)을 매입해 소각하거나 정리하게 되면 연체율 관리 부담이 줄고, 대손충당금 적립 압박도 완화된다"며 "이는 부실 리스크가 큰 2금융권에 더 필요한 조치이며 2금융권도 부담을 져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부실채권 규모에 비례해 업권별 분담 비율을 산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부실채권 규모가 2금융권에서 더 클 수밖에 없는 만큼 만약 출연금 분담이 부실 규모에 연동된다면 부담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도 "2금융권 업권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재원 분담은 업권별 형평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배드뱅크가 매입하는 7년 이상 장기 연체 채권은 이미 상당 부분 손실 처리됐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상황에서 추가 출연을 요구받으면 이중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배드뱅크는 7년 이상 장기 연체된 5000만원 이하 채권을 매입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드뱅크 재원 마련에 전 금융권이 함께 나서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업권 상황을 반영해 분담 비율을 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출은 풍선효과가 있기 때문에 1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차주들이 2·3금융권으로 몰린다"며 "연체율이 높은 2금융권에 과도한 출연금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으므로 순이익이 높은 금융사에서 더 많은 재원을 분담하는 방식 등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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