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들이 신규 채용은 줄이면서도 기존 인력의 역량을 강화하는 '선택과 집중'으로 인사 운용 원칙을 바꾸고 있다. 해마다 직원 수를 크게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해도 직원 1인당 생산성이 인터넷전문은행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자 생존을 위해 직원 교육 강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규 채용 예정 인원은 총 540여 명으로 지난해 상반기(1060명) 대비 절반 수준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하반기에 올해 상반기 채용분까지 앞당겨 소화하면서 올 상반기에는 별도 채용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는 창구 업무나 단순 업무 인력 수요가 줄면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정기 채용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직원 수를 줄이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1인당 생산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대면 창구를 운영하지 않는 인터넷은행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은행 3사의 1인당 충전이익은 평균 7억47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2.6% 증가했다. 하지만 5대 은행 평균은 같은 기간 8.0% 감소한 3억700만원으로 인터넷은행 대비 절반에 그쳤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기존 인력의 고도화를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인사 운용 전략을 바꾸고 있다. 단순 감축이 아닌 고효율 인력 확보로 경쟁력을 키우려는 의도다.
실제 우리은행은 올해부터 부장·지점장 등 소속장급에 대한 대학원 진학 지원을 최고경영자과정(AMP) 지원으로 전환했다. 단순한 학문 중심 교육보다 현업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며, 올해 소속장급 직원 20여 명에게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임직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기반 리스크 관리 등 디지털 금융에 특화된 과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대학원 지원 제도를 운영하며 신기술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인건비 구조 개편도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직급에 따른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성과 중심 보상체계가 확산되고 있다. 성과급 비중 확대, 직무급제 도입 등이 그 일환이다.
농협은행은 방카슈랑스, 디지털금융 등 비이자 사업과 외환 부문에서 최우수 성과를 창출한 직원 약 120명에게 이례적으로 특별승급을 실시한다. 우리은행은 성과 중심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직원 인사 카드에서 학력, 병역, 출신 지역 등 업무능력과 연관성이 작은 정보를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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