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가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을 딛고 내연기관처럼 모빌리티의 주류로 자리 잡으려면 배터리 안전 강화가 필수다. 정부, 기업, 학계가 원팀으로 뭉쳐야 (산업이) 산다."
8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신화월드 한라룸에서 열린 '글로벌 e-모빌리티 네트워크 포럼'에 참석한 산업계와 학계, 정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025 전동화 시대로의 대전환'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각 계를 대표하는 참가자들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동일한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으려면 배터리 안전 문제에 관해 100%의 신뢰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세계e-모빌리티협의회(GEAN)가 주최하고, 국제e-모빌리티엑스포 조직위원회·한국자동차기자협회·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가 공동 주관한 '제12회 국제e-모빌리티엑스포'의 사전 공식행사로 진행됐다.
포럼에 참석한 정창호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 배터리성능개발실장은 "미국은 캐즘에도 불구하고 매년 신차의 10% 이상이 전기차"라면서 "전기차는 3대 기술 혁신(안전성, 편의성, 가격 접근성)으로 이미 대중화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캐즘에 대한 두려움이 팽배한 지금이야말로 본격적인 전기차 기술 경쟁이 시작되는 구간"이라면서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3대 라인업을 보유한 유일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인 만큼 친환경차 시장을 리딩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기술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캐즘 극복방법은 기술 혁신이다. 정 실장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마중물은 배터리 시스템의 안전성"이라면서 "배터리 안전 확보 관점에서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다중 안전망을 구축해 안전 기술의 차별화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욱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모빌리티의 개념이 확장될수록 전동화 기술 탑재는 필수"라면서 "배터리는 전동화의 필수 부품이기 때문에 우리가 지속해서 기술 혁신을 이뤄가야 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인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3사를 동시에 보유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면서 "아직 중국이 (기술)리더십을 갖고 있지만 우리가 배터리 안전성 문제를 극복한다면 얼마든지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의 열폭주를 해결해야 하는 게 급선무다. 이 교수는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를 비롯해 다양한 원인의 전기차 화재가 보고되면서 배터리 안전성 확보는 e-모빌리티의 기술적 신뢰성과 직결되는 주요 과제가 됐다"면서 "화재 예방부터 발생 후 확산 억제까지 배터리 전주기적 안전 강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최영석 원주한라대학교 교수는 "전기차 대전환 시대를 위해선 정부 보조금 중심의 보급화 사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산업 주체들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화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전기차 몇 대, 충전기 몇 기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보다 생태계 전반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특히 한국은 아파트 중심의 공동주택 문화가 많은 만큼 건물 지하 주차장에 대한 안전 기준도 정부가 나서서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정부도 조속한 배터리 안전관리 대책을 약속했다. 박용선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장은 "전기차 활성화 정책의 핵심은 결국 배터리 안전성이라는 데 새 정부도 깊이 공감하고 있다"면서 "전기차 배터리 안전 정책,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 설계 문제, 전기차 안전교육 강화, 친환경차 보조금 확대 등 범정부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과제를 발굴해 국토부가 앞장서 전동화 대전환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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