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감원 부활까지?'...꼬일 대로 꼬인 금융당국 개편

  • 정책·감독 분리 대전제 흔들리며 조직 개편 제자리

  • 금융당국 수장 인선도 '지지부진'…유임설·하마평만

  • 유관기관 갈등 격화 조짐…한은·금감원 정치권 접촉

서울 종로구 소재 금융위원회 내부 전경 사진금융위
서울 종로구 소재 금융위원회 내부 전경 [사진=금융위]

이재명 정부 시작과 함께 논의됐던 금융당국 개편 작업이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이어지지 못한 채 사실상 멈춰섰다. 새 정부가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면서 초기 정책 설계가 미흡했고, 이로 인해 부처 개편이라는 중대 사안에 대한 전략 수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개편 논의가 지연되는 사이 금융감독 권한을 둘러싸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 간 '밥그릇 싸움'만 본격화된 양상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옮기고 감독 업무를 총괄하는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금융당국 조직개편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 조직 개편이 단순한 기능 조정이 아닌, 정권과 국회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고난도의 행정 작업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개편의 직접 대상자인 금융위, 금감원뿐 아니라 내용에 따라 기재부와 한은,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 국회 상임위원회까지 재편 가능성이 있어 개편 자체가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초 조직개편이 추진된 이유 중 하나가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분리해 기재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었는데 금융위의 금융정책 총괄 기능을 기재부로 이관하면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유관기관이 모두 기재부 산하 기관이 된다. 기재부 입장에서는 권한의 성격만 달라졌을 뿐, 실질적 영향력은 유지되는 것이어서 개편의 목적 자체가 희석 된다.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과 가계부채 문제 등 주요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금융당국 개편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수장 인선을 확정하기도 쉽지 않게 됐다. 정확한 인선 일정 없이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유임 가능성과 금감원장 하마평만 돌면서 혼란만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개편 논의가 장기화되면서 유관기관 간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이들 기관은 공개적 발언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거나 정치권과의 물밑 접촉을 넓히는 등 다각도로 권한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중장기적으로 중앙은행의 거시건전성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제도적 장치를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한은은 주요국과 달리 직접적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과 미시감독 권한을 보유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와 조율 과정에서 정책 강도나 방향에 이견이 있을 경우 정책 대응의 신속성과 유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당국 조직 개편 논의 과정에서 한은이 거시건전성 관련 권한 확대를 요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의 주장이다.

한은은 최근 국정기획위 측에도 "금융시장 안정성을 위한 최소한의 감독 권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차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시 건전성 정책 전담 외에 미시적 건전성 감독 일부, 혹은 단독 검사권이라도 부여해 달라는 요청이다. 과거 한은 부속기관이던 은행감독원 시절처럼 정책·감독·통화정책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체계를 갖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금감원 고위 간부들도 최근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을 방문해 '금융감독 기능·권한의 재배치 방안'을 제시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금융위 산하 준정부기관인 금감원이 선제적으로 의견을 내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정책과 감독체계를 둘러싼 논의가 표류하면서 사실상 중심축만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현장에서는 감독 조직이 여럿으로 나뉠 경우 피감기관의 부담감만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주 국정기획위에서 금융위 조직개편을 원점 재검토 한다는 이야기까지 돌며 내부 분위기만 어수선해지고 있다"며 "이대로 시간을 끌기보다는 개편이든 현행 유지든 빠르게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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