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부터 쏟아진 기록적 폭우로 전남 동부권이 사실상 재난 비상에 돌입했다.
곡성, 구례, 순천, 광양, 여수, 보성, 고흥 등 7개 시·군에서 주택과 도로, 농경지가 침수되고 하천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주말까지 최대 400mm의 추가 강우를 예보하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17일 하루 동안 광주와 전남 지역에는 시간당 90mm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이어졌으며, 나주에서는 한때 시간당 92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순천과 광양, 보성, 구례 등 전남 동부권에는 호우주의보와 홍수주의보가 동시에 발효된 상태다.
곡성군에서는 섬진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해 강변 주차장과 인근 농경지가 침수됐고, 일부 마을에 대피 안내가 내려졌다. 곡성읍 주민 A씨는 “마을 방송이 울리자마자 짐을 싸서 마을회관으로 이동했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구례군은 하동댐 방류량 증가에 따라 섬진강 인근 지대에 재난 문자를 발송하며 주민 대피를 유도하고 있다. 2020년 수해 악몽을 겪었던 지역 주민들은 “이번에도 물이 덮치지 않을까 두렵다”며 불안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순천시 조례동과 해룡면 일대는 배수로 역류로 주택가 침수가 발생했고, 일부 도로는 차량 통제가 이뤄졌다. 순천시청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저지대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 안내를 발송하고 있다.
광양시는 광양읍과 중마동 일대의 소하천 수위가 상승하면서 일부 구간 통행이 차단됐고, 광양제철소 주변 도로도 한때 물에 잠겨 작업자들의 귀가가 지연되기도 했다. 금호동 일대에서는 산사태 위험지구에 대한 사전 예찰도 강화됐다.
여수시에서는 돌산과 소라면 저지대에 물이 차오르며 소형 상가와 창고 일부가 침수됐고, 소호동 해안도로 일부가 한때 통제됐다. 여수해양경찰서는 강풍과 너울성 파도에 대비해 연안지역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보성군 벌교읍 일대 역시 폭우에 마을 앞 하천이 범람 위기에 놓였고, 일시적인 단전이 발생했다. 군은 급경사지에 대한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전통시장과 주요 도로에 배수 펌프를 긴급 배치했다.
고흥군은 도양읍과 금산면 일대 농경지와 양식장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으며, 읍면 지역 일부 마을에는 주민 대피 안내가 발송됐다. 군청은 “기습적인 강우에 대비해 야간 상황근무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20일까지 전남 지역에 200~300mm, 많게는 400mm 이상의 비가 더 내릴 수 있다고 예보했다. 특히 야간 시간대에는 시간당 50mm 이상의 강한 비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산사태, 하천 범람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전남도와 각 시군은 호우 대응 단계를 ‘비상 2단계’로 격상하고, 침수 및 붕괴 위험 지역에 대한 예찰과 복구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기상 특보와 재난 문자를 수시로 확인하고, 위험 지역에는 접근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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