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에서 외면받던 헬스케어·바이오 종목들이 7월 급반등세를 타며 시장 주도주로 부상하고 있다. 2분기 실적 시즌을 기점으로 장기간 저평가됐던 밸류에이션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정책·금리 환경, 글로벌 수출 모멘텀 등이 맞물리며 헬스케어 섹터 전반에 대한 ‘몸값 재평가’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KRX 테마지수 중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포함된 ‘KRX 헬스케어’와 ‘KRX300 헬스케어’는 이달 들어 각각 12.94%, 13.74%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2.6%)와 코스닥(3.7%) 상승률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올 상반기까지 이들 지수의 누적 수익률은 각각 2.57%, 2.12%에 그치며 전체 34개 테마지수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헬스케어 종목의 주요 하방압력 원인으로 꼽혔던 고금리 부담과 실적 부진이 해소 국면에 접어든 데다, 대형 제약사 중심의 기술수출 및 임상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빠르게 회복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의 실적 공백이 끝나고 2분기부터 이익 인식이 본격화되는 구간에 진입한 데다, 금리 인하와 정책 기대까지 겹치며 저평가 해소가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2분기 실적 전망치를 보면 ‘대형 3총사’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유한양행 모두 전년 대비 이익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고마진 제품군 확대에 따라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34.5% 증가했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램프업 효과로 매출 1조2899억원, 영업이익 4767억원을 잠정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각각 11.5%, 9.46% 증가한 수치다. 유한양행도 레이저티닙 日 기술료 유입 등으로 영업이익이 115% 급증한 418억원(컨센서스 기준)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 인식이 지연되던 고정계약들이 2분기부터 반영되면서 수익성도 동반 개선되고 있다”고 전했다.
헬스케어 섹터 전반에 대한 수익률도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TIGER 코스닥150바이오테크(14.86%),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13.23%), TIGER 200헬스케어(9.36%) 등이 시장 수익률을 상회했다.
IPO 시장도 빠르게 회복 중이다. 올 상반기 인투셀, 바이오비쥬, 이뮨온시아 등 신규 상장 종목들은 공모가 대비 150%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뉴로핏, 프로티나 등 기술특례 기업들이 코스닥 상장 또는 청약을 앞두고 있고, 비상장사 중에서 대형 기술수출 경험을 지닌 알지노믹스, 세레신 등의 기업도 중소형 헬스케어 섹터 투자심리를 개선시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KRX 헬스케어 대형 6개 종목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32배 수준으로, 과거 저점(24배) 대비 아직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이 예상대로 개선되고, 하반기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12개월 선행 PER 기준 35~40배까지의 복귀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일부 바이오 기업 외에는 전반적으로 바이오제약 기업 주가 수익률이 부진했다는 저점 매수(보상) 심리가 강해졌다”며 “하반기 긍정적 이벤트들에 대한 기대감이 예상보다 빠르게 선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부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성장 모멘텀이 부각되면서 바이오제약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우호적으로 전환됐다”며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정당화할 수 있는 리레이팅 요소를 갖춘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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