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견제로 대체 수출처를 찾고 있는 중국의 대한국 직접투자가 늘고 있지만 배터리, 반도체와 같이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이 있는 업종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세계경제 포커스 '최근 중국의 대한국 투자 증가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한국 직접투자액 신고액은 전년 대비 147.4% 증가한 69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같은 기간 투자 도착액은 94.4% 증가한 12억3000만 달러에 그쳤는데 신고액과 도착액 간의 차이도 역대 최대였다.
이 같은 격차에 대해 연구원은 미·중 기술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의 영향으로 일차전지 및 축전지 제조업, 특수 목적용 기계 제조업을 중심으로 중국의 대한국 직접투자 신고액이 늘었지만 이후 미국의 대중 견제 강화에 따른 규제 불확실성,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투자 집행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차전지 및 축전지 제조업, 특수 목적용 기계 제조업의 중국 직접투자는 지난해 신고액이 급증했으나, 이후 도착액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쳐 신고액과 도착액 간 이례적인 격차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중국이 첨단기술·친환경 산업 등 고부가가치 분야의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미국·EU의 투자 심사 강화 및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투자지역을 다변화하고 있어 대한국 투자는 증가세가 예상된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기술 활용, 생산·진출 확보 등의 목적으로 한국과의 경제적 연결고리를 강화해야 하는 전략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몇 년간 중국의 대한국 투자 의향은 국내 첨단산업 인프라 및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목적의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배터리 업종의 경우 2022년부터 중국의 대한국 직접투자 신고액이 급격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2억5900만 달러를 기록, 전체 중국의 대한국 투자의 18.5%를 차지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제조업에 필요한 특수 목적용 기계 제조업에 대한 직접투자 신고액도 지난해 전년 대비 약 61배 증가한 7억4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내수시장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경제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외국인투자 유치를 적극 확대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투자 역시 지역경제 활성화, 공급망 안정화 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중국 기업 진출에 따른 국내 동일 품목 생산 기업의 경쟁력 약화, 기술 유출 우려,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 등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정부가 업종별 투자 유치 및 관리 전략을 수립하면서 배터리, 반도체 등 외부 규제에 민감한 업종의 우회 수출 목적 투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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