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AI칩 샅바 싸움에 韓 반도체 기업들 혼란 가중

  • 美, 엔비디아에 '덕지덕지' 조건부 대중 수출 허용… 불확실성↑

  • 엔비디아 수출 차질 빚으면 삼성·SK하닉 HBM 공급도 악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간 샅바 싸움이 격화하면서 또 다른 이해 관계자인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칩 H20의 대중 수출 과정에서 혼선이 잇따르는 탓에 H20용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불확실성 소용돌이에 휘말린 형국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중국에 첨단 반도체 수출을 조건부 허가 방식으로 재설정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 7월 엔비디아의 H20 중국 수출을 재허용했다. 이에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주요 중국 기업들도 소식을 듣고 H20 칩 주문을 재개했다.

이후 대중 반도체 수출 수익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한다는 이면 조건이 드러났다. 조건에 합의한 엔비디아는 약 20~30억 달러를 미국 정부에 헌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AMD 등 다른 미국 반도체 기업에도 적용되는 조치다.

지난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가 블랙웰(Blackwell)의 성능을 30~50% 낮춘다면 중국 판매를 허용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숨은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으로 중국 수출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을 할 수 있으며, 백악관의 제시 조건을 충족해야만 중국에 물건을 팔 수 있다는 걸 각인시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도 최근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의 H20 사용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보내며 맞불을 놓고 있다. 미국 정부 입김에 좌우되는 엔비디아 제품에 의존하면 AI 칩 종속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내포된 조치다.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국제 정세 탓에 엔비디아의 대중 비즈니스에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H20에 4세대 HBM3를 공급했고, SK하이닉스는 올해 초부터 5세대 HBM3E를 공급하는 등 두 회사는 엔비디아의 주요 파트너사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아직 HBM3E가 엔비디아 퀄테스트(품질검증)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에서 HBM3의 H20 공급 지속 여부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중국에서는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 현지 기업들의 H20 수요가 폭넓게 형성돼 있지만 첨예한 미·중 갈등이 H20 수출에 찬물을 끼얹게 되면 국내 기업들의 HBM 공급 규모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블랙웰 사양을 낮추면 중국 수출을 허용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도 혼란을 가중시킨다. 블랙웰 수출 가능성을 시사한 것 자체는 호재이지만 성능을 어느 정도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탑재되는 칩 수준과 세팅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이다. 온전한 성능을 갖춘 블랙웰에는 현재 HBM3E가 탑재되는데,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납품 전략·계획에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반도체 전쟁이 첨예하게 전개되고 있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뾰족한 대책을 세우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공급망 다변화에 더 힘써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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