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이 처음 200% 밑으로 떨어진 가운데 그간 외면받던 ‘공동재보험’ 가입이 급증하고 있다. 공동재보험에 가입하면 건전성 수치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로 건전성 수치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금융당국이 강화된 규제 도입을 예고하고 있어 보험사들이 공동재보험에 서둘러 가입하는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보험사가 체결한 공동재보험 계약은 총 6건으로 규모는 2조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이달 중 체결이 예정된 계약 2건을 포함하면 총 계약 규모는 2조81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말 기준 계약금은 3조원을 가뿐히 넘길 전망이다.
공동재보험은 보험사가 재보험사에 드는 기업간거래(B2B) 보험의 한 종류다. 일반 소비자 대상 보험 계약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 사고 등 단순 리스크뿐만 아니라 금리나 계약 해지 등의 위험까지 재보험사에 이전하는 상품이다. 통상 보험사의 건전성이 악화됐을 때, 가입률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공동재보험에 가입하면 재보험사에 리스크가 이전돼, 킥스비율 수치가 개선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국내 보험사의 평균 킥스비율은 197.9%로 지난해 말보다 8.7%포인트(p) 떨어졌다. 건전성 지표인 킥스비율이 200% 아래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금융당국 권고치인 130%를 하회하는 보험사도 있다. 공동재보험은 2020년 6월 국내에 처음 도입됐지만,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총 계약 건수는 9건에 그치며 주목받지 못했다. 지난 5년간 체결된 공동재보험 규모는 4조3800억원인데, 단순 계산하면 연 평균 8760억원이다. 이에 견줘 올 상반기 증가세는 6배 이상이 되는 것이다.
당국이 올 하반기 지금보다 더 강화된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 도입을 예고한 점도 공동재보험 활성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간 보험사는 건전성 개선을 위해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증권을 발행해 왔는데, 기본자본에는 자본성증권 같은 보완자본이 제외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자본성증권으로 킥스비율을 방어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공동재보험 가입 보험사가 늘어난 이유다.
그럼에도 올 하반기 보험사 건전성은 계속 악화할 것으로 전망돼 공동재보험 가입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연내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이 큰데, 이는 회계상 보험부채를 늘려 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본자본 규제가 도입되면 자본성증권으로는 떨어지는 킥스비율을 높일 수 없게 된다”며 “기준금리 인하로 보험사 부채가 커지고 있어 공동재보험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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