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과 사별한 지 15년 됐고 아이들마저 출가하고 혼자 남으니 하루하루가 허하고 쓸쓸했어요. 매일을 울며 지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권영숙씨(62)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상담을 시작하던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복지관 문을 두드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는 심리상담 10회를 마치고 요리 프로그램 ‘혼밥탈출’에 나서면서 조금씩 웃음을 찾았다.
권씨는 “혼자선 밥을 제대로 해 먹지 않고 반찬 하나만으로 물에 말아 먹고 말았다”며 “그런데 혼밥탈출에 참여하면서 만든 음식을 집에 가져갈 수 있도록 챙겨주고 무엇보다 만든 음식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며 속마음을 나눈 게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시작으로 권씨는 토요일마다 진행하는 중장년 1인 가구 대상 야외 프로그램 ‘신나들이’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는 “진작 나올 걸 싶었다”며 “외롭고 쓸쓸한 이웃이 있다면 ‘꼭 손잡고 같이 가보자’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권씨를 비롯한 서울시에 거주하는 1인 가구는 전체 중 39.9%에 달한다. 이는 전국 평균 36.1%보다 웃도는 수치로 지난해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이에 1인 가구의 외로움, 정서적 고립, 불균형 식사 등 실생활 불편이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인 가구 지원 정책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이에 서울시는 병원동행, 소셜다이닝, 심리상담, 야외활동 등 다양한 1인 가구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혼밥탈출과 같은 소셜다이닝 프로그램은 고립과 불안을 해소해 주는 매개가 되고 있다.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1년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위험이 42%나 높게 나타났다.
청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건강한 밥상’은 고립감 해소뿐 아니라 건강한 식습관 형성까지 일거양득 효과를 내고 있다. 건강한 밥상 참여자 박샘이씨(30)는 “요리를 함께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 되면서 또래 동네 친구를 사귀게 됐다”며 “또 퇴근하면 늘 배달음식뿐이었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직접 밥을 해먹는 횟수도 늘었다”고 했다.
밥상 지원과 함께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는 1인 가구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10년 넘게 신장투석을 받아온 서재철씨(54)는 3~4년 전부터 시력까지 잃게 되자 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워졌다. 어머니와 함께 살고는 있지만 일흔이 넘은 연세에 함께 병원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이때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병원 안심동행서비스는 주3회 투석을 받아야 하는 서씨에게 한 줄기 빛이 됐다.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는 출발, 접수·수납, 귀가 등 과정을 동행매니저가 함께하며 돕는다.
서씨는 “4~5시간 걸리는 투석을 마치고 나오면 매니저님이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 준다”며 “동행서비스가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석 환자 중에 서비스를 모르는 환자가 많고 어르신들이 예약 절차를 어려워한다”며 “홍보나 접근성을 보완하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서울시는 1인 가구 지원사업을 통해 고독과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김은희 시 1인가구지원과장은 “약자와 동행하며 외로움 없는 서울을 만들기 위해 1인 가구의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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