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여당이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들어 기소-수사 분리 등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을 주문한다. 형사사법체계 근간을 흔드는 만큼 신중히 다뤄야 한다는 얘기다.
14일 법조계와 학계 등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검찰제도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나폴레옹이 만든 1808년 형사소송법(형소법)이 뿌리다.
이때 사법기능 분리원칙에 따라 소추는 검찰이, 예심수사는 수사판사가, 재판은 판결법원이 각각 관장토록 했다. 검사가 형사사법 중심에 서고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수사지휘·기소·공판과 형집행까지 모든 단계에 관여하도록 규정했다.
이후 아시아 국가인 일본과 한국 등도 대륙법계 형소법을 들여왔다. 학계에서는 대륙법계 국가에선 검찰(검사)이 수사 주재자로서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기소권이 모두 인정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한다. 대륙법계는 검사 우위 수사 체계를 갖고 있는 셈이다.
유럽평의회 산하 '효과적 사법을 위한 유럽위원회(CEPEJ)' 2016년 보고서에는 46개 회원국 중 검찰이 수사권을 가진 나라는 35개국, 검사가 경찰 수사를 지휘·감독하는 나라는 39개국으로 집계됐다. 일본 검찰 역시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갖고 있어 경찰은 1차 수사를 담당하지만 검찰이 직접 수사·지휘를 할 수 있다.
영미법계인 영국과 미국을 보면 검찰제도가 아예 없었던 영국은 경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행사했다. 하지만 왕립기소청 설립(1985년) 후에는 경찰이 독점하고 있던 수사·기소권을 나눠 검사가 기소와 공소유지를 맡도록 했다. 또 수사권과 기소권·공소유지 기능을 통합한 중대범죄수사청(SFO)을 1988년 신설했다.
미국은 경찰·연방수사국(FBI) 등 수사 전담기관이 있지만 법무부 연방검사 직무규정에 '연방검사는 해당 관할 구역 최고 법집행기관으로서 적절한 연방수사기구 등에 대해 연방법 위반 사건 수사를 개시할 것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뉴욕남부 연방검찰청은 형사국 산하에 마약을 비롯해 금융범죄, 조직범죄 등 중대범죄를 맡는 수사부를 두고 있다.
김예원 변호사는 "우리와 법체계가 같은 대륙법 국가 독일, 프랑스, 일본은 모두 검사의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이 명시돼 있다"며 "미국도 중대범죄에 대해 검사가 직접 수사하고 기소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성훈 청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중경단) 부장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중수청이라 쓰고 무법자 재판소라 읽는다'는 게시글을 올리면서 “수사-기소 분리가 영미법계 선진적 제도라는 주된 논거는 자세히 살펴보면 실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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