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축으로 한 형사사법 체계 개편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는 해방 이후 80여 년간 유지돼온 검찰 중심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변화다. 김태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지난 15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검찰개혁의 큰 방향성은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부작용을 최소화하지 못하면 사법체계 전반의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청 폐지 논의와 관련해 헌법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검찰은 영장청구권과 검찰총장 제도를 통해 헌법적으로 규정된 기관"이라며 "명칭을 단순히 바꾸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국가조직의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숙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으로서 그는 제도 개편이 가져올 재판 현장의 변화를 우려했다. 재판부는 효율적 사건 처리를 위해 검찰의 기소·수사 과정과 긴밀히 맞물려왔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분리하면 절차 지연과 증거 신빙성 검증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수사와 기소는 변론과 판결처럼 본질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이를 완전히 분리하면 오히려 인권침해와 절차 지연 가능성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기소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관이 미비한 수사를 넘기면 기소관이 그대로 재판에 올릴 수밖에 없는데, 무죄가 나오면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수사관인지, 기소관인지 불명확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판사 입장에서는 증거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매번 수사관을 불러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재판 효율성이 떨어지고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개혁 과정에서 보완수사권 존폐는 핵심 쟁점 중 하나다. 김 변호사는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이는 수사 기록의 불완전성을 시정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봤다.
그는 "일본, 미국 등 주요 국가도 검사가 일정한 범위의 수사권을 보유한다"며 "우리 역시 검사의 보완적 수사 기능을 인정하지 않으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국민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고 했다.
중수청 신설을 두고는 신중론을 거듭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새 기관이 정치적 의도에 휘둘리면 안 된다며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둘 경우 사법적 독립성과 충돌할 수 있어 법무부 소속 편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수사기관의 독립은 무제한적 자율을 보장하자는 뜻이 아니라, 개별 사건의 공정성을 지키자는 취지"라며 "민주적 통제와 사법적 통제가 균형을 이루도록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판사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절차적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밀실에서 증거와 진술이 독점되는 구조를 줄이고, 공판에서 투명하게 증거와 논거가 다뤄져야 한다"며 "공판 중심주의가 정착될 때 비로소 수사·기소 분리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 권한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가 자칫 수사기관 권한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제도의 이름을 바꾸는 것보다 절차적 균형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추진하는 입법 방식에 대해서도 선후가 불분명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 변호사는 "정부조직법부터 개정하는 등 준비 없는 속도전은 안 된다"며 "충분한 공론화와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검찰개혁은 단순히 조직 명칭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형사사법 역량을 재설계하는 중대한 과제"라며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세밀한 설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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