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GM이 올 2분기 지출한 관세 비용 11억 달러(1조5000억원) 가운데 약 50%인 7500억원 가량이 한국시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4월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25%의 품목관세를 부과한 영향으로, 이 같은 관세 비용은 지난해 한국GM의 영업이익(1조3567억원)의 55% 수준이다. 3·4분기에도 25%의 관세율을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GM은 올해 적자전환이 유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미는 지난 7월 무역협상을 통해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세부 조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해 당분간 고율의 관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한국GM의 연간 판매량은 약 50만대로 해외 의존도는 95%에 달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의 판매량은 49만9559대(완성차)로, 이중 내수판매량 2만4824대, 해외 판매량은 47만4735대를 기록했다. 주력품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29만5883대), 트레일블레이저(17만8852대)로 가격은 2만~3만 달러대다. 만약 관세를 판매가에 전가하면 기존 가격 대비 5000~1만7500달러(700만원~2440만원) 상승 효과가 발생해 상품 경쟁력을 잃는다. 때문에 관세비용의 증가는 한국GM의 수익성 악화를 가중시킬 수 밖에 없다.
업계는 한국GM의 소극적인 시장 대응책이 지금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GM은 한국 진출 당시 국내 공장을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 교두보를 위한 수출 전진 기지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글로벌 본사가 시장을 북미와 중국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이 같은 전략은 힘을 잃었다. 업계 관계자는 "멕시코가 수익성이 높은 '픽업트럭', 중국이 '신에너지차' 생산으로 각자의 살 길을 찾는 동안 한국사업장은 내수부진만 운운하며 미래 경쟁력의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했다"면서 "호주, 인도네시아, 유럽, 인도 등 수익성이 하락할때마다 발 빠르게 해외 시장 철수 전략을 구사해온 GM의 전례를 볼 때 지금의 '철수설'은 위기관리 능력 부재"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를 한국GM의 시한부 선고로 본다. 한국GM은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공적자금 8000억원을 수혈받는 대신 향후 10년간 한국사업장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사업 종료시점을 약 1년 3개월 가량 앞둔 상황에서 자산매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장부가치만 약 6200억원에 달하는 GM 부평공장 부지는 서울 지하철 7호선 부평구청역, 인천 지하철 갈산역, 제2경인고속도로 부평 IC가 인접한 '트리플 교통권'으로, 대형주거단지로 개발될 경우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둬 국부 유출 우려도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직영서비스 센터를 매각하고, 전기차 생산설비를 들여오지 않는 것은 국내 판매량을 늘리려는 노력도, 미래차 대응도 더이상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면서 "만약 국내 부동산 시세 상승에 기댄 유휴부지 매각으로 막대한 시세차익만 거두고 떠나간다면 인천도 군산 공장 폐쇄의 사례처럼 지역 경제가 초토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