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프리뷰] 민사사건 다시 늘어난 법원…처리 속도 소폭 개선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민사사건이 470만 건을 넘어서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던 소송 건수가 2년 연속 반등한 것이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도산·경매 사건이 늘어나면서 민사 분쟁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법원이 24일 발간한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민사사건은 총 470만9506건으로 전년(457만6462건)보다 2.9% 늘었다. 최근 5년간 추이를 보면 2020년 482만9616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422만여 건까지 줄었다가, 2023년과 2024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법원이 처리한 건수도 466만8664건으로 전년보다 3% 가까이 늘었다.

민사 본안 사건만 놓고 보면 증가폭은 더 크다. 지난해 접수된 본안 사건은 87만9799건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합의사건은 2만8907건, 단독사건 26만8655건, 소액사건 50만7804건 등으로, 소액사건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처리 건수도 87만2229건으로 전년보다 3.6% 증가했다.
 
재판 지연 완화됐지만, 1심 첫 기일까지 여전히 하세월
​​​​​​​
재판 처리 속도는 일부 개선됐다. 1심 합의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437.3일(약 14.6개월)로 전년 대비 40일 가까이 줄었다. 항소심도 고등법원 313.8일, 지방법원 327.5일로 각각 전년보다 단축됐다. 대법원 단독사건도 99.9일로 전년(115.7일)보다 빨라졌다.

하지만 모든 지표가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1심 본안사건에서 접수부터 첫 기일까지 평균 138.3일이 걸려 전년보다 오히려 늘었다. 합의부 사건은 168.9일이 걸려 소장을 제출하고 첫 재판을 받기까지 반년 가까이 소요됐다. 첫 기일 이후 변론종결까지는 평균 54.9일이지만, 합의부 사건은 312.7일이나 걸렸다. 변론종결 후 판결 선고까지도 합의부 사건은 평균 46일이 필요했다. 결국 사건을 마무리하는 속도는 개선됐지만, 사건 착수 단계의 지연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사건 유형은 크게 늘었다. 지난해 도산사건은 22만716건으로 전년보다 4.1% 증가했다. 법인파산은 1940건으로 전년보다 300건 가까이 늘었고, 개인회생은 12만9499건으로 증가했다. 개인파산은 소폭 줄었지만, 회생 신청이 늘어난 것은 가계와 기업이 채무조정 절차를 통해 위기를 버티려는 시도가 많아졌음을 보여준다.

경매 사건도 크게 늘었다. 부동산·자동차·선박 등을 담보로 한 임의경매 사건은 7만5946건으로 전년 대비 16.5% 증가했다. 소송으로 인한 강제경매 역시 4만3368건으로 20% 넘게 늘었다.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가 부동산·금융 부문을 압박하면서 법원 경매가 다시 활성화되는 모습이다.
 
항소율 감소…상고심 부담은 여전

판결 불복 비율은 줄었다. 민사합의사건에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비율은 47%로 전년(48.5%)보다 낮아졌다. 2심 불복률도 28.1%로, 2023년 35.7%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이는 항소심 처리 건수가 늘면서 분쟁이 조기에 정리되는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대법원 부담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 사건 접수는 1만3026건으로 전년보다 7% 늘었다. 특히 합의부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521.1일로 전년보다 120일 이상 늘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고심 접수 건수는 항소심 처리 건수와 상고율에 연동된다”며 “최근 재판 지연 해소 정책으로 항소심 처리 건수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민사사건 증가는 단순히 소송 수요의 확대를 넘어 사회·경제적 흐름을 보여준다. 소액사건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서민 생활 분쟁이 여전히 다수를 이루는 가운데, 경기 둔화로 인한 회생·파산·경매 사건의 증가는 경제 구조적 어려움을 반영한다. 처리 속도가 다소 개선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1심 착수 단계의 지연과 상고심 지연은 여전히 법원 신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법원의 과제는 늘어난 사건을 효율적으로 소화하는 동시에, 신속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권리구제를 보장하는 것이다. 사건 유형별 특성과 사회경제적 배경까지 고려한 맞춤형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