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평화구상' 이행에 합의했다. 2년 가까이 이어진 전쟁의 종식이 가시권에 들었지만, 하마스의 수용 여부가 마지막 관건이다.
로이터통신과 알자지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네타냐후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최소한 우리는 (전쟁 종식에) 매우, 매우 가까워졌다. 나는 우리가 매우 가까워진 수준을 넘어섰다고 본다"며 "내 제안은 하마스가 수락하면 모든 인질들을 즉시 석방하되 72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했다. 따라서 인질들은 돌아올 것이며, 이는 전쟁의 즉각적인 종식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가 이를 거부할 경우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뜻도 내비쳤다. 그는 하마스가 제안을 수락하지 않을 시 "네타냐후 당신은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있어 더욱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늘 우리는 전쟁 종식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으며, 중동에서 평화를 극적으로 증진하기 위한 무대를 마련했다.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당신의 계획을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이 계획은 우리의 전쟁 목표를 달성할 것이며, 모든 인질을 이스라엘로 귀환시키고, 하마스의 군사능력과 정치적 지배를 해체하며, 가자지구가 다시는 이스라엘의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역시 "가자 전쟁을 끝내기 위한 진심 어린 노력과 끊임없는 노력을 환영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 8개국 외교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가자 전쟁 종식을 위한 진심 어린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영국 등 주요 서방 국가들도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평가하고 하마스에 인질 전원 석방과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가자 평화구상'은 총 20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 양측이 합의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구금자를 각각 석방하는 절차로 종전이 시작된다. 이후 하마스 군사능력 해체를 통한 비무장화, 하마스 구성원 사면, 가자지구 과도정부 수립 및 이스라엘군 단계적 철수, 전후 재건을 감독할 국제적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구성 등이 이어진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12번째 항으로 "어느 누구도 가자지구를 떠나도록 종용받지 않을 것이고, (가자지구를) 떠나는 이들은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는 종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했던 가자지구 주민 이주 및 미국의 가자지구 차지 계획에서 물러선 것이다.
다만 하마스가 이 구상을 최종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비무장화와 사실상 가자지구에서의 정치적 퇴출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알자지라를 통해 미국의 제안을 "성실하게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하마스의 동맹 세력인 팔레스타인 이슬람지하드(PIJ)도 "이 지역을 폭파시키는 처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PIJ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단체다.
스티븐 쿡 미국 외교관계위원회(CFR) 수석 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전쟁 종식이 가까워졌을지 모르지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카타르는 이제 하마스를 압박해야 하고, 네타냐후는 안보 내각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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