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전문기업 캐리의 주가가 고점 대비 95% 이상 하락했다. 주력 사업 매출이 급감하자 회사 측은 바이오와 가상화폐 관련 사업 등을 신사업으로 추가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최근에는 철도차량 부품 사업 진출과 메자닌 조달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으나 증권가에선 '무리수'란 평가가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캐리 주가는 1500원대에서 횡보 중이다. 지난 2021년 9월 고점(3만3700원) 대비 약 95% 하락했다. 같은 해 7월 상장 당시 공모가(1만2500원)와 비교해도 87% 이상 떨어졌다.
캐리는 주주총회를 통해 사업 목적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2022년 6월 임시주주총회에서 74개 사업 목적을 대거 추가한 데 이어, 2024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8개, 같은 해 10월 임시주주총회에서는 34개, 2025년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는 28개,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도 14개를 각각 늘렸다. 현재 사업목적이 114개에 달한다.
△가상현실 플랫폼·콘텐츠 개발 △배터리 소재의 수입·개발·제조·매매 △가상화폐 관련 사업 △NFT 제작·인증·중개·판매 △AI·VR·AR·XR 관련 제품·서비스 개발 △이차연료전지 소재 제조 △의약품 기술 및 제품 제조업 등은 특정 테마가 유행할 때마다 추가된 사업목적들이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한때 급등하기도 했지만 실제 사업이 진행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캐리의 올해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파워솔루션 부문에서만 56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이 부문의 주요 제품은 유도가열 인버터, 선박 수처리용 전력변환장치, 직수정수기 순간온도제어장치 등이다. 반면 2023년까지 매출을 올렸던 태양광 전력변환장치와 태양광발전 EPC 부문은 현재까지 매출이 전무하다.
사업목적을 무분별하게 늘리는 과정에서 본연 경쟁력은 약화됐다. 올해 3분기까지 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4분기 실적까지 합산하면 지난해 영업손실 4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사업 비용이 수입을 웃돌아 발생하는 결손금 역시 2023년 109억원에서 올해 3분기 288억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설상가상으로 캐리는 지난 10월 자회사 캐리에너지랩이 화성 새마을금고에서 80억원을 차입하는 과정에서 96억원 상당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해 재무 부담도 커진 상태다.
경영 자금 조달을 위해 캐리는 지난 8월부터 1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납입일이 여섯 차례나 연기되면서 소액주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캐리는 정정 공시를 통해 신주발행가를 2895원에서 1697원으로 대폭 낮추는 한편 배정 주식 수도 기존 345만4231주에서 589만2751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자금 납입이 이루어지더라도 소액주주들의 주가 희석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캐리는 또 한 번 신사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임시 주주총회는 11월 28일 열릴 예정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철도차량·자동차 부품 신규 사업 31개 추가 △CB 발행 한도 3000억→5000억 증액 △이사 선임 등 안건이 다뤄진다. 특히 사내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린 강태혁 씨와 신상철 씨가 눈길을 끈다. 이들은 1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납입자인 '에스프라이빗에쿼티 투자조합'의 최대주주로 납입이 완료되지 않으면 유상증자와 신사업 목적 추가가 모두 불발될 수 있다. 캐리 측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답변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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