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국정자원 화재’가 발생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주요 금융기관 중 금융위원회 홈페이지만 복구되지 않고 있다. 별도 전산센터를 둬 현재 운영 중인 다른 금융기관과는 대조된다. 매년 진행해 온 금융위 전산 재난대응 훈련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금융위 홈페이지는 여전히 운영되지 않고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현재 웹서비스가 중단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란 내용을 고지해 놓은 상태다. 언제 홈페이지가 운영 재개될지도 안내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 홈페이지가 작동하지 않는 건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때문이다. 앞서 지난 26일 정부 전산시스템이 있는 대전 소재 국정자원은 리튬이온배터리를 이전하는 작업을 했고 그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정부 시스템 647개가 중단됐으며 여기에 금융위가 포함된 것이다.
현재로선 금융위 홈페이지가 복구되기까지 최소 2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홈페이지 재개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2주라고 하는데 정확한 일자는 알 수 없다”며 “중요한 정보는 모두 금융회사에 있으며 금융위 내부 시스템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중단됐던 정부 전산 서비스 시스템 중 87개가 운영 재개했다고 밝혔지만 복구율은 13.4%에 그친다. 추석 명절을 앞둔 만큼 많은 수요가 예상되는 인터넷우체국, 우편 물류 등 서비스를 먼저 복구 중이다.
금융위 홈페이지 '먹통' 사태는 금융위 산하 다른 금융기관과는 대조된다. 정부 전산망을 써 화재 영향을 그대로 받은 금융위와 달리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위 산하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금융 공공기관은 별도 전산센터를 둔 결과다.
대표적으로 금감원은 여의도 본원에 자체 전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해당 전산센터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경기도 안양 소재 KT 건물에는 재해복구(DR)센터를 뒀다. 1년에 1~2회씩 전산센터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하고 재해복구센터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지도 확인한다.
이 때문에 금융위가 매년 전산 사고에 대비해 실시해 온 훈련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는 매년 ‘금융전산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하고 있다. 이는 전산상 다각적인 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는 모의훈련이다. 금융당국을 비롯해 산하 공공기관 대응 역량을 키워 온라인 서비스가 지연·중단되는 등 위급 상황을 막으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전체 금융권에서 금융위 홈페이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이런 훈련을 매해 왜 진행했냐는 쓴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간 금융회사는 전자금융감독규정상 연 1회 이상 모의훈련을 하고 그 결과를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며 “그런데 정작 당국은 아직도 홈페이지를 복구하지 못한 걸 보면 훈련을 제대로 안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