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백악관이 노동통계국(BLS) 국장 후보자 지명을 철회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독립 통계기관 수장을 정치적 이유로 교체하며 논란을 촉발한 지 두 달 만이다.
미 CNN 방송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백악관이 미 연방 상원에 E.J. 앤토니 BLS 국장 후보자 지명 철회를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1일 고용통계 수치가 민주당에 유리하게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임명된 에리카 맥엔타퍼 BLS 국장을 해고했다.
그러나 CNN은 지난달 앤토니 후보자가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에 대한 성적 모욕, 동성애자 비하 발언, 트럼프 비판세력을 향한 저속한 모욕 등을 게시했다며 음모론과 여성혐오로 치우치는 선동적 발언 패턴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계정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이후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기류가 커졌다. 공화당 내 중도 성향의 수전 콜린스(공화당·메인), 리사 머코스키(공화당·알래스카) 상원의원 등이 앤토니 후보자와의 면담을 거절하면서 인준 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BLS 국장 지명자에 대한 인준 권한을 가진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 위원장 빌 캐시디 의원은 CNN에 인준 청문회가 공식적으로 통보된 적이 없었다면서 앤토니 후보자 지명이 철회된 사실을 인정했다. 노동부 장관은 BLS를 감독하지만 기관 운영은 상원 인준을 받은 위원들이 맡는다.
1884년에 설립된 BLS는 미국 노동부 산하의 독립 운영기관이다. 월간 고용·실업률 통계를 통해 금융시장과 정책 당국에 핵심 지표를 제공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통계가 나왔다는 이유로 맥엔타퍼 국장을 경질한 바 있다. 당시 BLS는 7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폭이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고 발표했으며 5~6월 고용 수치를 역사상 최대 폭으로 하향 조정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정치적 이유로 독립기관을 흔들고 통계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 브루수엘라스 RSM US의 수석 경제학자는 "앤토니 지명으로 인해 민간의 자체 통계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시장의 불신 확산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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