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 일본 자민당 총재가 21일 제104대 총리로 선출된 가운데 외신들은 이를 긴급 타전하며 일본 정치사의 역사적 전환점이자 일본 사회가 우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현지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재는 이날 중의원 본회의 총리 지명선거 1차 투표에서 전체 465표 중 237표를 얻어 과반을 확보했다. 참의원에서는 총 246표 중 과반(124표)에 한 표 모자란 123표를 얻었으나 1위에 올랐고, 결선투표에서는 125표를 얻어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46표)를 제치고 총리로 최종 확정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정치 격변 속 일본의 유리천장을 깼다고 평가하며 생활비 상승으로 인한 국민 불만을 잠재우고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조율하며 선거에서 지배력을 잃은 여당의 위신을 되살리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카이치 총재의 총리 취임은 남성 중심 사회인 일본에서 여성도 최고 권력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며 이번 변화는 일본 사회가 점점 우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짚었다.
CNN은 강경 보수파 다카이치 총재가 일본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됐다며 전통적으로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일본 정치사에서 상징적인 순간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매체는 다카이치 총재가 평화헌법 개정 지지,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으로 대표되는 강경 보수 성향을 지니고 있다며, 이러한 배경이 향후 외교·안보 노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다카이치 총재를 일본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여성으로서 총리직에 오른 인물로, 일본 정치가 극도로 불안정한 시기에 '민족주의자이자 안보 강경파'로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그녀는 미·일 안보동맹의 강화를 지지하지만, 동시에 '재팬 퍼스트'를 외치며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와 자국 내 정치적 생존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엠마 챈렛 에이브리 아시아이소사이어티 정치·안보 담당 국장 WP에 “트럼프와의 관계는 어떤 지도자에게도 어려운 과제”라며 “그녀는 취임 일주일 만에 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카이치의 가장 큰 과제는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율하고, 동맹을 최소한 ‘유지’시키느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다카이치 총재가 일본 첫 여성 총리로 취임하면서 정치 위기가 마무리됐다면서도 취약한 연정을 이끄는 자민당 대표는 인플레이션 대응,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등 여러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BBC도 다카이치 총재가 역사적인 투표에서 승리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다카이치 총재의 당선이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더욱 가속화할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베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다카이치 총재는 정부 지출을 확대해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려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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