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at, Play, Startup'…머리속에 계속 맴돌다

  • 중국 혁신도시, 심천을 가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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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넥스나인 대표] 


중국 남부 도시 심천(深圳)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도시 중 하나로 꼽히지만, 그 성장을 단순한 경제지표나 기술력으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중국 최대의 첨단 산업 전시회인 중국하이테크 페어(CHTF)현장을 다니면서,  '의식주' 보다는 '식락업'(Eat Play Startup) 이 머리속에 계속 맴돌았다.

'Eat Play Startup'이라는 단어는 생활의 언어처럼 보이지만, 심천에서는 곧바로 산업과 혁신의 언어로 전환된다.

Eat : 로봇 셰프가 ‘평범한 풍경’이 된 도시

광동성은 중국에서도 음식 문화를 손꼽는 곳이다. 광동성 심천 식당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기술이다. 로봇 서빙 도입은 이미 일상화됐고, 조리를 담당하는 로봇 셰프는 정확한 온도 관리와 불 조절, 일정한 맛을 구현하며 식당 홍보에 핵심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선다. 특히, 호텔의 룸서비스의 로봇 활동은 아주 흔한 일이다.

심천의 외식업은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검증되는 테스트 베드이다. 규제가 기술을 따라가는 구조, 사용자 반응을 즉시 반영하는 속도, 실패를 용인하는 생태계는 심천을 ‘생활형 실험실’로 만든다.

식당이 곧 R&D 현장이 되고, 소비자는 알고리즘의 첫 번째 피드백을 제공하는 참여자가 된다. 이 도시에서 기술은 '산업'이기 전에 '문화'다.


Play : 메이커 생태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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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mboo Lab의 3D 프린터로 제작한 아트토이, 사진 필자 제공] 



과거 산자이(짝퉁) 생산지로 오명을 갖고 있던 화창베이의 경우, 전자부품 시장, 소형 공방, 프로토 타입 전문기업, 크리에이터 커뮤니티가 지도처럼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기술 관련 기업이라면 반드시 시장 상황을 살펴볼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3D 프린터 브랜드 Bamboo Lab은 DJI 엔지니어 출신들이 창업한 3D 프린터 전문기업이다. 심천은 ‘메이커(Maker)’들이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질문한 후 단 몇 분 만에 3D 프린팅 아트 토이가 나온다. 단순한 취미 상품이 아니라 창작과 제조를 잇는 도시의 문화 코드다.

아이디어가 곧바로 실물로 구현되고, 그 결과물이 다시 디자인, 제조 산업으로 흡수되는 순환 구조는 심천에서는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서 ‘Play’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창조적 실험의 산업적 행위다.


Startup: 혁신 기업들이 만든 도시 

심천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이 도시의 혁신 기업 대부분이 1980년대 이후에 태동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화웨이(1987),BYD(1995), 텐센트(1998), , DJI(2006)등의 기업들은 중국 전통 산업의 연장선이 아닌, 개혁개방 이후 세대가 창업한 1세대 혁신 기업이다.

이들을 탄생시킨 창업세대는 제도적 장벽이나 역사적 부담이 적었고, 세계 시장에 대한 감각이 빨랐다. 심천은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도시’가 아니라, 무엇이든 시도해볼 수 있는 완전히 열린 상태의 도시였다.

젊은 창업자들이 주도한 이 생태계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특징을 갖는다. 실패를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보는 문화와 규제보다 기술이 먼저 움직이는 속도 'IT–제조–디자인'이 연결된 '프로토타이핑 벨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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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이테크 패어에 참여한 로봇들, 사진 필자 제공]  

Eat, Play, Startup: 
심천 혁신은 ‘생활에서 산업으로 이어지는 속도’

심천은 기술을 일상 속에서 실험하고, 그 실험을 산업화하며, 다시 세계 시장으로 확장시키는 도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도시의 혁신은 연구소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식당의 로봇, 공방의 3D 프린터, 90년대(90后) 젊은 창업도전이 이루어낸 도전에서 탄생한다.

심천을 움직이는 동력은 거대한 공장이나 거창한 국가 프로젝트가 아니다. 생활의 변화가 곧바로 산업이 되고, 산업이 다시 도시를 변화시키는 압도적인 속도감이다. 'Eat, Play, Startup' 이는 심천이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하는지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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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생태계 속의 스타트업, 시진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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