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무엇보다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필러 주사제 제조기업 코루파마 대표 로만 베르니두브(Roman Vernidub)는 당시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오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코루파마 대표는 경북대에서 2년을 수학한 뒤 2010년 한국 정부 장학금을 받아 서강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통상·국제금융을 전공하며 석사·박사(수료) 과정을 밟았다.
베르니두브 대표는 "언어는 사실 도구일 뿐"이라며 "서로의 생각과 문화적 배경을 이해할 때 진짜 소통이 된다"고 말했다. 이 경험은 훗날 코루파마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
베르니두브 대표는 러시아 시장에 한국 화장품을 소규모로 수출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는 "10년 전엔 한국 화장품이 러시아에 잘 알려지지 않아서 시작하게 됐고,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며 "이후 기술을 직접 연구하고 개발해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그는 에스테틱 분야로 방향을 틀었고, 2016년 필러 개발을 담당하는 친구들과 함께 코루파마를 설립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수출을 시작해 창업 첫해에 매출 1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로 창립 9년을 맞은 코루파마는 전 세계 100개국 이상에 필러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메디컬 에스테틱 관련 특허 4건을 보유하고, 강원도 춘천에 생산 라인과 품질관리 시설을 갖춘 공장도 운영 중이다.
베르니두브 대표는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각국 수요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게 우리 경쟁력"이라며 "창업 초기엔 연 80%씩 성장했고, 최근 3년간도 10% 성장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발맞추다 보니 코루파마의 조직 구성도 ‘글로벌’하다. 전체 직원 150명 중 3분의 1인이 외국 국적자로 중국, 러시아, 미국, 영국, 브라질 등 출신 국가도 다채롭다. 베르니두브 대표는 특히 한국 유학 경험이 있는 외국인을 선호한다.
그는 "저와 비슷한 배경을 가진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며 "한국에서 경력도 쌓고 한국 조직 문화도 경험하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 기업도 글로벌화를 원한다면 외국인 인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효과적인 다문화 소통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젠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덧붙였다.
코루파마는 중국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의 대표 제품인 히알루론산(HA) 필러는 3년 전 임상시험 계획을 세웠고, 지난해부터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의료기관에서 공식 임상을 진행 중이다. 총 260명이 참여했고, 내년 1분기 중 임상시험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후 중국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베르니두브 대표는 "중국 시장은 규모가 매우 크고 필러에 대한 관심도 높아 한국 필러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며 "최근 중국 내 필러 제조업체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경쟁이 치열하지만, 한국 필러가 중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창업자로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베르니두브 대표는 코루파마를 상장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현재 IPO(기업공개) 준비에 본격 돌입했으며, 내년 상장을 목표로 준비를 하고 있다.
베르니두브 대표는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 춘천 공장 외에 두 번째 생산기지를 짓고, 신제품 연구개발(R&D)에도 더 투자할 계획"이라며 "내년엔 한국 국내 시장에도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종 목표에 대해 베르니두브 대표는 "코루파마를 에스테틱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으로 키우는 게 꿈"이라며 "한국 젊은 창업자들, 그리고 저 같은 외국인 창업자들에게 '한국에서도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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