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정윤영 기자]
“어떤 사회초년생이 쿨해 보이기 위해 위험 자산에 투자하나요. 과거에는 부동산으로 자산을 묶어둘 수 있었지만, 이 또한 이미 불가능해진 지 오래입니다. 해외 주식과 코인은 이를 대체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올해로 투자 5년차인 박모씨(29세)는 미국 주식을 시작하게 된 이유로 ‘미래 자산 형성’을 꼽았다. 이는 얼마 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젊은 세대가 해외 주식을 하는 이유로 언급했던 ‘쿨해보여서’와는 상반된 답변이다. 박씨는 코로나19 시기를 기점으로 미국 주식 투자를 시작해 전체 자산의 80%를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원달러 환율 급등 배경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쏠림을 지적하며 “젊은 분들에게 왜 해외투자를 하냐고 물어봤더니 ‘쿨하잖아요’라고 답하더라”라며 “해외투자가 유행처럼 커지는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2030세대의 해외투자 확대를 단순히 ‘멋 부리기’로 보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이 총재의 말과 달리, 젊은 세대가 해외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훨씬 현실적이다. 2030세대가 해외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결코 쿨해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착실하게 자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주식을 선택한다. 정규직 진입의 어려움, 임금 상승률 둔화, 높은 주거비 등 이미 기울어진 한국 경제 환경 속에서 해외 주식은 현실적으로 자산을 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다.
이들이 가상자산 투자에 나서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국민대학교가 지난해 실시한 ‘2030세대 가상자산 시장 인식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가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자산 증식의 주요 수단’(96명, 55%)이었다. 가상자산이 향후 본인과 미래 세대에게 중요한 투자 수단이 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69%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를 보면 가상자산 투자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미래 소득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임을 알 수 있다.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는 지난달 말 라이브방송에서 이 총재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저격하며 “가득 찬 물잔에 물 한 스푼을 넣으면 물이 넘친다”면서 “물잔이 넘치는 것은 가득찬 물잔 때문인가, 물 한 스푼 때문인가”라고 언급했다. 이는 ‘물 한 스푼’ 격인 2030 개인 투자자의 해외투자를 문제 삼기보다, 물잔을 가득 채운 구조적 요인을 먼저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이미 한계에 다다른 국내 경제, 정책 환경을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외투자와 가상자산 투자를 ‘유행’으로만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런 관점은 젊은 세대를 향한 불필요한 오해를 키울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그들의 선택을 가볍게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들이 해외와 가상자산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국내 구조적 요인이 어떻게 그들을 밀어내고 있는지를 직시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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