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군 폭격으로 사망한 콜롬비아인...유족, 미주인권위에 "국방장관 책임" 청원

  • 미군 카리브해 마약운반선 격침 작전 중 사망...가디언 "유족, 헤그세스 장관 가해자로 고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사진AP·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사진=AP·연합뉴스]


미군의 카리브해 마약운반선 격침 과정에서 숨진 콜롬비아인의 유족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책임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고 나섰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유족들은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인권위원회(IACHR)에 청원을 제출해 헤그세스 장관을 가해자로 지목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폭격 작전에 대해 제기된 첫 공식 법적 문제 제기다.

유족은 메디나가 지난 9월 15일 미군 공습으로 불법적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그가 청새치 등을 잡는 어부였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어 "헤그세스 장관이 메디나가 탑승한 배를 폭격하고, 탑승자 전원의 생명을 빼앗도록 명령한 책임자"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헤그세스 장관의 행동을 승인했다"고 비난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유족 측 소송을 맡은 인권 변호사 댄 코발릭은 청원서에서 "미국이 알레한드로 안드레스 카란사 메디나의 배를 폭격했다"라며 사건 경위를 명시했다. 이어 "수많은 보도를 통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알레한드로 카란사 메디나의 함선과 같은 선박에 대한 폭격과 그 선박에 탑승한 모든 사람들의 살해를 지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청원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본문에 설명된 헤그세스 장관의 행위를 동의했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당일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오늘 아침, 제 명령에 따라 미군은 남부사령부 관할 구역에서 확인된, 극도로 폭력적인 마약 밀매 카르텔과 마약 테러리스트들을 상대로 두 번째 물리 타격을 실시했다"고 올린 바 있다.

그러나 백악관은 이 사건과 관련해 답을 피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안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이) 현재 미국인을 살해할 목적으로 치명적인 마약을 밀수하는 외국 테러리스트들을 은폐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IACHR은 OAS 회원국 내 인권 침해 의혹을 조사하고 시정조치를 권고하거나 미주인권재판소(IACTHR)에 제소할 수 있다. 다만 미국은 IACTHR의 재판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아 구속력 있는 판결은 어려운 상황이다.

1948년 미국 주도로 창설돼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OAS는 미국·캐나다·멕시코·브라질 등 34개국이 가입된 미주 지역 다자 기구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의 트렌데아라과(TdA) 등 중남미 마약 카르텔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뒤 카리브해에서 마약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선제적 무력 작전을 이어왔으며 지금까지 최소 21건의 폭격을 가했다고 공개했다. 현재 카리브해에는 미 해군 군함 12척 이상과 병력 1만5000명이 배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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