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 시장 장악하는 中…'원조격' 美아이로봇도 中업체가 인수

  • 아이로봇, 中업체와 경쟁으로 수익성 악화

  • 아마존과 합병 무산...'공급업체' PICEA에 인수돼

조한 룸바 로봇청소기가 매장 선반에 상자 안에 담겨 놓여
매장 선반에 진열된 아이로봇의 로봇청소기 룸바 [사진=AFP·연합뉴스]


로보청소의 원조 격인 '룸바'의 제조업체 미국 아이로봇이 중국 기업에 넘어간다. 이미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한 중국 업체들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중국 제몐신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로봇은 전날 미 법원에 파산보호 절차를 신청했으며 자사 주요 공급업체인 중국의 PICEA 로보틱스에 인수된 후 비상장사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1990년 인간 보조 역할을 하는 로봇 개발을 목표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소속 연구원 3명이 설립한 아이로봇은 초기엔 국방·우주 관련 로봇을 개발해 2001년 9/11 테러 때 사고 현장 수색 등에 투입됐었다.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은 2002년 가정용 로봇청소기를 내놓으면서다. 당시 아이로봇은 업계 선구자 역할을 하며 한때 시장 점유율이 80%를 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에 들어서면서 로보락과 나르왈, 에코백스 등 중국 업체들이 라이다(LiDAR) 기반 내비게이션과 자동 물걸레 세척 기술을 먼저 선보였고, 아이로봇은 기술력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중국 업체에 밀리게 됐다. 아이로봇은 2022년에야 물걸레 일체형 로봇청소기를 출시했지만 저가 중국 제품과 비교해 가격이 3배가량 높았다고 제몐신문은 짚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전 세계 로봇 청소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7% 증가했으며 중국 브랜드가 상위 5위권을 석권했다. 반면 아이로봇의 점유율은 7.9%로 고꾸라졌다. 로이터는 "아이로봇은 지난해 약 6억8200만 달러(약 1조3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에코백스와 같은 중국 업체와의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경쟁이 심화하면서 아이로봇은 가격을 인하하고 기술 업그레이드에도 상당한 투자를 해야 했다"고 짚었다.

이번에 아이로봇을 인수하는 PICEA 로보틱스는 2016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시의 스타트업 자금 지원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탄생했다. 아이로봇에 브러시와 걸레, 먼지주머니 등 부품을 공급해왔으며 샤오미와 하이얼, 일렉트로룩스 등에도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 '3i'라는 자체 브랜드로 로봇청소기도 판매한다.

중국과 베트남에 연구개발(R&D) 센터 및 제조공장과 직원 7000여명을 둔 대형 기업으로 성장하긴 했으나 업계 선구자가 신생 기업에 인수되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미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한 중국 업체들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아이로봇은 기업가치가 펜데믹으로 수요가 급증했던 2021년 35억6000만 달러를 찍은 후 현재 1억4000만 달러(LSEG 집계)까지 떨어지긴 했자만, 미국과 일본 시장 점유율은 아직 각각 42%, 65%에 달한다. 미 빅테크 아마존도 자사 AI 스피커 알렉사 등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지난 2023년부터 이번에도 아이로봇 인수 의사를 보였지만 결국 무산된 바 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로봇청소기 시장을 넘어 로봇 산업 전체를 넘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인수에 대해 "중국 기업들은 로봇 산업을 장악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면서 "공공 및 민간 투자자들은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에 자금을 쏟아부었고, 올해 이미 지난 5년간 투자액을 합친 약 50억 달러를 지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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