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타 요시히로 후쿠오카대학 인문학부 동아시아지역언어학과 준교수]
2026년 병오해가 밝았다. 작년 말 칼럼에서 새롭게 출범한 다카이치 정권이 보인 ‘용기’와 ‘경솔’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했다. 그때만 해도 설마 이렇게 금방 일본 정국에 대해 다시 칼럼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해 나가겠습니다!”라고 외친 다카이치 내각은 별로 일도 하지 않고 불과 몇 개월 만에 국회를 해산시킨 것이다. 다음 달 8일에 총선, 즉 중의원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총선은 당연히 다카이치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가 될 것인데, 무엇을 보고 심판해야 하는가. 일할 시간도 제대로 없었던 내각을 심판할 만한 판단 재료가 거의 없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 총선은 총리를 뽑는 선거라고도 할 수 있다. 선거에서 선출된 국회의원들의 의견이 모여 새 총리가 선출되기 때문이다. 자유민주당과 일본유신회에 의한 연립정권이 다시 다카이치 사나에를 총리로 선택할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여당이 선거에서 지게 되면 총리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물론 다카이치 총리는 자신이 다시 선출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나아가 현 상황보다 안정적인 정권 운영이 가능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해 선거를 치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국회, 즉 중의원 의원도 2024년 10월 선거를 통해 뽑힌 지 1년 반도 안 됐다. 임기를 2년 반 이상 남긴 가운데 해산된 것이다. 더구나 지난 연말에야 갑자기 중의원 해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전격적으로 총선이 정해졌다. 그래서 투·개표까지도 매우 빡빡한 일정이다 보니 유권자들은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고 선택할 충분한 시간을 얻지 못했다고 느끼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3월까지가 전년 회계연도에 포함되는 기간이기 때문에 회사나 관공서는 지금이 가장 분주한 시기다. 중·고등학교나 대학교 입시철이기도 해 선거운동이 수험생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특히 행정기관들은 연도 말 예산 집행에 더해 4월부터 시작되는 새해 예산 편성 등으로 상당히 바빠지는 시기다. 그런데 시청, 구청, 동사무소 등은 투·개표 등 선거 실무를 담당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게다가 갑작스럽게 총선을 실시한다는 것에는 강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회는 원래 2026년도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를 앞두고 있었는데 그것 또한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일본은 물가 상승이나 임금 침체 등 민생을 돌볼 경제 대책 등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통상 총선을 실시하면 600억~800억엔이 드는 것에 더해 선거 기간에 돌입하면 정치인들이 선거 운동에 전념하다 보니 다시 내각이 구성될 때까지 중요한 정책은 진행되지 않는다. 언론 보도도 선거에 치우쳐 각종 사회적 과제가 방치될 우려가 있다. ‘정치적 공백’이 생기는 것은 분명하고 그야말로 비싼 '민주주의의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왜 다카이치 총리는 막무가내로 국회를 해산하며 총선거를 결정했을까? 단적으로 말하면 '지금 하면 이길 수 있으니까'다. 지난해 말 많은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 내각 지지율은 75%를 넘었다. 장기집권이라 하더라도 지지율이 50%만 넘으면 충분히 높다고 할 수 있고, 70% 넘는 지지율은 높은 인기를 자랑했던 고이즈미 정권(2001~2006년)이나 제2차 아베 정권(2012~2020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의원내각제에서 총리, 즉 내각총리대신은 국회에서 선출되기 때문에 국회가 그 책임을 진다고도 할 수 있다. 한국처럼 국민이 직접 뽑는 대통령제와는 크게 다르다. 국회(중의원)는 내각불신임을 결의할 수 있고, 내각은 그에 대해 결의를 받아들여 내각 총사퇴를 할지, 중의원을 해산시켜 국회 판단에 대해 민심을 다시 확인할지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중의원 해산은 이 경우에 해당되지 않았다. 헌법 7조가 정하는 ‘천황의 국사행위’에 해당되는 경우다. 이 7조 규정은 '내각의 조언과 승인에 따라' '중의원을 해산하는 것'이 ‘천황의 국사행위’로 인정하고 있는데, 천황은 어디까지나 '상징'이며 정치적인 판단을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사실상 이는 총리의 '중의원 해산권'이라고 해석되는 것이다. 현재로서 중의원 해산은 총리만이 유일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단, '총리의 해산권'은 어디까지나 해석에 의한 것이며 총리의 권한으로 명문화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총리가 선거 전략으로 혹은 여당 의원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중의원 해산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도 당연히 존재한다. 이번 총선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3개월 만에 이뤄진 갑작스러운 결정이다. 게다가 이렇다 할 명분이 보이지 않고 단지 '이길 수 있는 타이밍'을 노린 다카이치 총리의 속내가 빤히 보이기 때문에 그 관례적인 '해산권'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들려오고, 그것은 내각 지지율 하락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지율은 여전히 50%를 넘고, 조사에 따라서는 아직 70%대를 보이기도 하지만, 분명히 중의원 해산 판단과 그에 대한 설명에 대해 여론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가의 근간에 관련되는 중요한 정책의 대전환'에 대해 유권자의 신임을 얻는 것을 이번 총선의 명분으로 내걸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물가 상승 대처를 포함한 새로운 적극 재정, 사회보장 제도나 방위 정책, 에너지 정책 등이다. 하지만 그러한 '정책의 대전환'을 충분히 검증할 만한 선거 기간이 확보되어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대전환'이라고 하면 두 달 전 다카이치가 자민당 총재로 선택됨으로써 그때까지 자민당과 함께 연립 여당을 짜온 공명당이 이탈해 유신회와 손을 잡게 되었을 때가 유권자에게 신임을 물어야 할 변화의 시기가 아니었을까?
다카이치 총리의 갑작스러운 결단의 배경에는 통일교(현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큰 화제가 되어 잘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서 시작한 신흥종교 통일교의 큰 자금원으로 꼽히는 것이 일본 내 활동이다. 통일교는 일본에서 1960년대부터 이미 종교활동을 시작했고, 동서냉전시대를 배경으로 반공주의를 내세워 일본의 보수 및 우파 세력, 나아가 정치인 등 유력 인사들에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힘써왔다고 알려져 있다.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부터 아베 신조(安倍晋三)까지 3대에 걸친 통일교와의 관계도 보도되었다. 게다가 1980년대에는 신도들에게 '이 항아리로 구제된다'며 고액의 항아리나 인감 등을 고액으로 사게 만드는 ‘영감상법(靈感商法)’이 사회문제가 되었고, 신도들의 체포나 손해배상소송 등이 잇따랐다. 또한 1990년대에는 통일교 신도인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대규모 합동 결혼식이 TV 등을 통해 보도되어 큰 화제가 되었다.
일본에서는 한국과 비교해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나 경계심이 강하다. 게다가 통일교는 불법행위까지 포함해 큰 사회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종교단체로서 뿐만 아니라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그런 통일교와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의원 다수가 관계를 맺어왔다는 것이 알려졌고, 그러한 관계가 원인이 되어 벌어진 아베 전 총리의 암살사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자민당 자체 조사에까지 이르렀으나 지극히 민감한 문제라는 점에서 언론은 물론 여론에서도 깊이 파고들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신앙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신도 개개인과 조직으로서 교단을 안이하게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국회의원이라 하더라도 교단의 반사회적 활동에 가담하지 않는 한 신앙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교단 내부 문서인 'TM 보고서'가 한국에서 보도되며 일본에서도 일각에서 큰 화제가 됐다. 거기에 다카이치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주요 정치인들 이름이 등장한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 본인은 통일교와 관계가 없다고 부정했지만 적어도 정권 입장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는 정보가 기재되어 있다고 한다. 물론 그 문서의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할 수 없고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그러한 의혹이 국회에서 다루어지면 정권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 타이밍에 중의원 해산 및 총선을 결단한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중립과 공정이 중요시되는 선거 기간이 되면 언론에서도 특정 후보자나 정당에 대해 파헤치는 보도를 하기가 어려워진다. 다카이치 총리가 노리는 것은 선거에 이기는, 즉 압도적 다수파를 형성해 안정된 정권 운영을 가능케 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다.
갑작스러운 선거전을 앞두고 야당 측도 큰 결단을 내렸다. 제1야당이었던 입헌민주당과 연립 여당을 이탈한 공명당이 함께 ‘중도개혁연합’(이하 중도)을 창당한 것이다. 중의원 정수는 465석이며 과반수는 233석이다. 해산 전에는 자민당 196석, 유신회 34석으로 연립 여당으로서 230석으로 과반수에서 조금 모자랐다. 그래서 일부 정책에서 공통점이 있던 국민민주당(26석)과 협의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중도가 165석, 공산당과 ‘레이와 신선조’가 8석씩이었다. 자민당으로서는 단독으로 과반수, 연립 여당으로서는 안정 다수라고 일컬어지는 243석까지 확보하고 싶어한다. 중의원 선거는 소선거구에서 289석, 비례대표에서 176석을 선출한다. 제1 야당인 중도로서는 노동조합 조직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입헌민주당과 한국에서는 SGI(Soka Gakkai International)로 알려져 있고, 불교계 종교단체인 창가학회를 모태로 하는 공명당의 조직력을 살려 비례대표에서 각자 강점을 발휘하자는 생각인 듯하다.
갑작스러운 이번 총선 실시는 그 자체로도 놀라움을 자아냈지만 신당 중도의 결성 또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을 것이다. 정권 교체가 가능한 양대 정당제를 위한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중도 창당에 대해 입헌민주당이 안전보장 정책이나 원전 정책, 헌법 개정 문제 등 진보적 색깔이 선명했던 정당의 이미지를 불식시키려고 한 것이라고 지적하듯이 현재 일본에서는 정권을 담당하는 정당으로서는 정책에 따라 진보적 색깔이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다만 획기적인 신당 창당이었던 것에 비해 중도의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지는 못해서 현재로서 여당에 대한 대항마로서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편 초단기 선거전이 되다 보니 정당들은 저마다 알기 쉬운 주장을 내걸어 유권자에게 매력을 전하려고 한다. 특히 많은 유권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경제 정책을 보면 다른 정당들이 소비세 폐지를 주장하는 가운데 원래 소비세 감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었던 자민당마저도 '감세 경쟁'에 끼어들려고 한다. 실현 가능성이나 타당성은 외면하고 듣기 좋은 정책들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선거 후에 실제로 그 약속들이 지켜질지는 모르겠다. 인플레이션 리스크도 지적되는 가운데 진정으로 효과적인 정책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또한 유권자만 설득하면 된다는 입장은 외국인 정책 엄격화 주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인 퍼스트'를 주창하며 큰 지지를 얻은 참정당의 새로운 슬로건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일본, I am JAPAN'이다. 그들은 'NO 이민정책'이라고도 주장한다.
정당들이 저마다 외국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듯한 공약을 내걸고 있다. 이러한 명분 없는 총선과 의석수 계산만 하는 선거 전략, 그것을 필사적으로 쫓아 분석하는 보도, 공직선거라는 이름 아래 외국인 차별이나 배외주의 정책이 지지를 얻는 것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물론 민심에 의해 정권의 지지를 굳히거나 혹은 정권 교체를 촉구하는 식의 ‘선거전’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다만 민심을 끌어내기 위해 동원되는 주장 혹은 상대를 꺾기 위해서만 과격해지는 발언들을 들었을 때 진정으로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차별조차도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유권자에게 사실을 확실히 판별해내는 힘이 요구되는지도 모른다. 감정론은 물론 오른쪽과 왼쪽, 보수나 진보라고 하는 진영론에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로지 이기는 것만 중요한 선거가 결코 이상적인 민주주의의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후쿠오카대학 인문학부 동아시아지역언어학과 준교수 △연세대 정치학 박사 △전 홍익대 조교수 △전 주한 일본대사관 전문조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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