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미의 AI헬스케어] "응급실 뺑뺑이 막아라" 세브란스 'AI 플랫폼' 주목

  • 응급환자 응급실 이송지연 年 2만건 이상 발생

  • '골든타임' 놓치며 생사 고비…대책 마련 시급

  • 장혁재 교수팀, 'AI 구급활동 지원플랫폼' 개발

AI로 생성된 이미지
[AI로 생성된 이미지]

#지난달 부산의 한 동네병원에서 감기 증상으로 수액을 맞던 중 의식을 잃은 초등학생이 81분간 대형병원 응급실 입원이 거절돼 심정지에 빠진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대학병원 등 12곳에서 수용을 거부당한 뒤에야 겨우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끊이지 않으면서 사회적 해법 마련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는 중증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119구급차를 타고 여러 병원 응급실을 전전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상황을 뜻한다.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응급환자의 병원 이송 지연 사례는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고 현장을 출발한 뒤 병원 도착까지 1시간 이상 걸린 사례는 2023년 2만4186건에서 2024년 2만7218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3시간 이상 지연 사례는 251건에서 551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는 8월까지만 집계해도 이미 451건에 달했다. '이송 지연'이 상시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응급환자가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구조적 문제로 굳어지자 정부와 국회도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으로 불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의료계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해법도 논의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세브란스병원이 개발한 '지능형 구급활동 지원 플랫폼'이다. 장혁재 세브란스 심장내과 교수가 소방청 연구개발(R&D) 과제로 개발한 이 플랫폼은 구급 현장의 업무 구조 자체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통상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 구급대원은 환자 응급조치 외에도 각종 활력징후(바이탈 사인)를 살피면서 수용 가능 병원을 확인하고, 응급실 의료진에게 전달할 환자 관련 기록도 동시에 만들어야 하는 부담에 시달린다.
 
장혁재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사진세브란스병원
장혁재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사진=세브란스병원]

지능형 구급활동 지원 플랫폼은 응급환자 상태와 병원별 수용 가능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구급대원에게 최적의 이송 병원을 제시한다. 응급 이송에 필수적인 구급활동일지 자동 작성, 현장 사진·평가 소견을 전송하는 기능도 갖췄다. 기록·판단·전달을 자동화해 골든타임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연구팀은 먼저 AI 모델 10종을 통합한 4개 서비스를 1단계로 선보였다. △응급 대화에 특화한 음성인식 모델을 이용한 '응급정보 변환 AI' △구급 현장에서 환자 상태 악화를 예측하는 모델 등을 통합한 '응급상황 예측 AI' △응급실에서 환자 중증도를 평가하기 전 구급차 내부 폐쇄회로(CC)TV에 담긴 환자 상태를 기반으로 평가하는 사전 한국형 응급환자분류도구(KTAS) 모델 등을 통합한 '응급환자 평가 AI' △환자 적정처치 가이드 모델과 이송 병원 선정 모델 등을 통합한 '구급현장 지원 AI' 서비스 등이다.
 
장혁재 교수는 "현장과 병원 간 협업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통합하고, 10종의 AI 모델을 고도화해 현장 기록·판단·전달을 지원하는 기반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현장 적용 평가 결과 구급대원 종합 만족도는 86점으로 연구개발 기준(80점)을 크게 웃돌았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수준의 만족도라고 연구팀은 전했다. 부문별로는 전체적인 사용 편의성, 업무 효율과 대응 속도 향상, 신뢰도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최적의 이송 병원 추천 기능은 "현장에서 참고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연구팀은 후속 작업을 거쳐 응급환자 AI 지원 플랫폼을 한층 고도화할 계획이다. 2단계로 현장 실증을 통해 응답 속도와 기록 부담 감소 효과, 현장과 병원 간 소통 정확성, 시스템 안정성 등을 정량적으로 검증하고 해당 결과를 시스템에 반영할 방침이다.

장 교수는 "구급차 내 구급 활동의 효율을 높이고, 적절한 환자 상태 기록을 응급실 의사에게 빠르게 전달하게 해 환자 생존율을 제고하는 게 최종 목표"라며 "현장 피드백을 반영한 기능 고도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4일 군의관 등 응급실 보강 인력을 긴급 배치했다 이날 서울 양천구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에서 한 환자가 응급의료센터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응급의료센터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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