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심해 6000m서 '희토류 진흙' 채굴 성공... 자원 소국 탈출 '꿈의 한발'

  • 심해 6000m의 사투... 악천후·中 무력시위 뚫고 거둔 '역사적 인양'

  • 중국산보다 20배 비싼 비용은 숙제... '자원 주권' 확보가 최대 무기

치큐호사진로이터연합뉴스
치큐호[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이 도쿄에서 동남쪽으로 약 1900km 떨어진 최동단 미나미토리시마(南鳥島) 인근 심해에서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토류가 함유된 진흙을 채굴하는 데 성공했다. 전 세계 공급망을 사실상 독점하며 희토류를 '외교적 무기'로 휘둘러온 중국에 맞서, 일본이 자원 자급자족을 위한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요미우리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가 주도하는 '전략적 혁신 창조 프로그램(SIP)'팀은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의 심해 시추선 '치큐'호를 통해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수심 약 6,000m 해저에서 희토류 진흙 시굴에 성공했다고 이날 공식 발표했다. 실제 진흙 인양은 이달 1일 새벽에 이루어졌으며, 1월 18일 파이프 투입을 시작한 지 약 2주 만에 거둔 결실이다. 작업 도중 강한 한파로 인한 악천후로 수차례 중단 위기를 맞았으나, 2월 중순 귀항을 앞둔 긴박한 시점에서 극적으로 성공했다.

오자키 마사나오 관방부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번 성과는 경제 안전보장과 종합적인 해양 개발 관점에서 매우 의의가 크다"고 강조하며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핵심 성과임을 분명히 했다. 이시이 쇼이치 SIP 프로그램 책임자는 "일본 전역의 기대가 높아지는 것을 실감했다"며 "사고 없이 귀항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시굴이 거둔 가장 큰 기술적 진보는 수심 6,000m라는 극한 환경을 극복했다는 점이다. 정확히는 수심 약 5700m 지점에서 성공한 것으로, 통상적인 해양 석유 및 가스 시추 기술이 수심 3000m급에 머물러 있는 것과 비교할 때 그 두 배 깊이에서 연속적으로 퇴적물을 채광한 것은 세계 최초의 사례다.

시굴팀은 치큐호에서 약 6km에 달하는 파이프를 내려보낸 뒤, 해저에 설치한 채광 장치에서 바닷물과 진흙을 섞어 액체 상태로 만든 뒤 강한 압력으로 빨아올리는 방식을 사용했다. 1평방센치미터당 약 600kg의 거대한 수압이 가해지는 환경에서 무인잠수정(ROV)을 원격 조종해 정밀한 작업을 수행한 끝에 거둔 결실이다. 이번 시굴은 서로 다른 세 곳의 지점에서 진행되었으며, 장비에 별다른 문제 없이 기술적 신뢰성을 증명했다.

일본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심해 희토류 개발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극심해진 '중국발 공급망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 현재 희토류 수입량의 60~7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2009년 85%에 달했던 의존도를 2020년 58%까지 낮췄으나, 여전히 핵심 공급망은 중국이 쥐고 있다. 지난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중국이 대일 희토류 수출을 돌연 중단했던 '트라우마'가 이번 프로젝트의 강력한 동력이 됐다.

최근의 정세도 긴박하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강경한 대외 정책 기조로 중일 관계가 냉각되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 규제를 강화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요미우리는 특히 최근 들어 일부 희토류 품목에 대한 대일 수출 규제를 중국이 더욱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굴 작업이 진행되던 지난 6월에는 중국 해군의 항공모함 랴오닝함 함대가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EEZ를 통과하며 무력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미나미토리시마 해역에 매장된 희토류는 최소 16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이곳 진흙에는 전기차(EV)와 로봇 모터의 핵심 부품인 강력 자석을 만드는 '네오짐'과 고온 내열성을 높이는 '디스프로슘'이 풍부하게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곳의 진흙은 육상 광석과 달리 방사성 물질을 거의 포함하지 않아 정제 공정이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환경 오염 우려가 적은 '클린 자원'이라는 점이 큰 장점이다. 가토 야스히로 도쿄대 교수는 "이 자원의 상업 개발이 실현되면 글로벌 공급망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상업화를 향한 길은 여전히 멀다. 가장 큰 걸림돌은 '채산성'이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심해 채굴 비용은 현재 시장 가격보다 최소 2배에서 최대 20배까지 비쌀 것으로 추정된다고 요미우리는 보도했다. 여기에 수송 및 가공 비용이 추가되면 가격 경쟁력 확보가 더욱 어려워진다.

일본 정부는 이번 성공을 발판 삼아 2027년 2월, 하루 최대 350톤의 진흙을 끌어올리는 본격적인 실증 시험에 나설 계획이다.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하루 3,500톤 규모의 채굴이 필요한데, 2027년 목표는 그 10분의 1 수준이다. 이후 2028년 3월까지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며, 본격적인 상업 채굴은 빨라야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비록 당장의 경제성이 중국산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자원을 독자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강력한 외교적 억지력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편 민간 업계에서는 공급 리스크에 대비해 희토류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모터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닛산 자동차는 이미 일부 모델에 디스프로슘 프리 모터를 채택했으며, 부품사 아스테모 역시 2030년 실용화를 목표로 희토류 미사용 모터를 개발 중이다.

'자원 소국' 일본이 심해의 '꿈의 진흙'을 통해 자원 안보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전 세계 제조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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