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1·29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한 이후 서울시와 중앙정부 간 공급 방식에 대한 시각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가 제시한 대규모 공급 구상에 대해 "절차와 현실을 무시한 숫자 중심 접근"이라고 선을 긋는 한편 서울시가 주도해 온 기존 공급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치적 공방 대신 '실행력'과 '속도'를 앞세워 정면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최근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 모두 발언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부지 등은 서울시가 오랜 기간 검토해 온 적정 수치와 지역 민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발표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계문화유산 영향 평가 등 넘어야 할 절차가 산적한 부지를 사전 협의 없이 포함시킨 결정은 실현 가능성보다 발표 효과에 집착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정부 대책에서 핵심 대상 중 하나로 언급된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대해 '주택 공급지'가 아닌 '도시 성장 거점'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 시장은 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면서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글로벌 기업 본사 유치와 미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간"이라며 "주택 물량을 무리하게 늘리면 본래 목표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용산 국제업무지구 1만가구 공급' 방안에 대해 서울시는 절차적 현실을 근거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오 시장은 "주택 물량을 1만가구로 늘리면 도시계획 변경과 기반시설 재검토 등으로 최소 2년 이상 지연이 불가피하다"며 "당초 계획된 6000가구, 최대 8000가구 선에서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주거 공급 신뢰를 높이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정비사업 △역세권 개발 △공공기획 △사전협상 제도 등을 통해 2031년까지 31만가구 공급 계획을 단계별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착공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어 중앙정부 발표 물량보다 현실성이 높다는 것이 서울시 측 판단이다.
오 시장이 또 다른 '반격 카드'로 내세우는 것은 사전협상 제도를 통한 공공기여 모델이다. 최근 삼표레미콘 부지 현장 방문에서 그는 "고층 개발이 특혜라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공공이익 환수 기준을 제도화했다"며 "개발로 발생하는 부가가치 중 최대 60%를 공공기여로 확보해 재정 투입 없이 생활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표부지는 올해 말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32년 완공 시 업무시설과 주거시설, 호텔, 창업 허브가 결합된 복합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약 2000억원 규모의 민간 투자가 이뤄지고 성수동 일대가 글로벌 비즈니스와 창업 거점으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발표한 공급 물량 상당수는 임기 내 착공조차 불투명한 반면 서울시 계획은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는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결국 시민들이 체감하는 공급 성과는 속도에서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정부와 정면 충돌하기보다는 '시간표'와 '결과'로 평가받겠다는 전략을 택한 모습이다. 서울시는 향후 국토교통부와 실무 협의하는 과정에서도 기존에 합의된 계획의 틀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면서 이미 추진 중인 사업에 속도를 높이는 데 행정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주택 공급 논쟁이 단순한 수치 싸움을 넘어 중앙집권적 공급 정책과 지방정부 주도 도시계획 간 충돌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오 시장은 "지연되는 공급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서울시의 선택이 결국 정부 정책 목표에도 부합할 것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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