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컬럼] 전쟁의 시대, 세계경제의 경고③ 힘의 국제질서가 돌아왔다…전쟁의 시대에 한국의 선택

세계 질서는 지금  방향을 바꾸고 있다.
국제정치에서 가장 오래된 원리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힘이다.


냉전이 끝난 이후 세계는 오랫동안 규범 중심 질서를 지향해 왔다. 국제법과 다자 협력, 국제기구가 갈등을 조정하는 구조였다. 자유무역과 글로벌 공급망이 확장되면서 세계 경제는 점점 더 깊이 연결됐다. 정치적 갈등이 존재하더라도 경제 협력은 계속 확대되는 흐름이었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이 28일 주이란대사관 주이스라엘대사관 및 인근국 주재 공관과 함께 본부-공관 합동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여 우리 교민의 안전대책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이 28일 주이란대사관, 주이스라엘대사관 및 인근국 주재 공관과 함께 본부-공관 합동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여 우리 교민의 안전대책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세계는 완전히 다른 흐름을 경험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 질서의 균열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유럽 대륙에서 대규모 전쟁이 다시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은 현실이 됐다. 그 충격은 에너지 시장과 금융시장, 그리고 세계 정치 질서 전반으로 확산됐다.


여기에 중국의 군사력 확대와 미중 전략 경쟁이 더해지면서 국제정치는 점점 더 지정학적 긴장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중동에서 또 하나의 군사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고 이란이 중동 지역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공격으로 대응하면서 긴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다. 국제 질서의 변화가 현실 정치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오늘날 세계는 세 가지 구조 변화 속에 있다.

첫째는 강대국 경쟁의 부활이다.
냉전이 끝난 이후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가 오랫동안 유지됐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중국이 경제력과 군사력을 동시에 확대하면서 국제 정치의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 경쟁은 기술과 군사, 경제 영역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둘째는 지역 분쟁의 확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충돌은 지역 갈등이 언제든 국제 문제로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지역에서는 작은 충돌이 국제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는 경제와 안보의 결합이다.
과거에는 경제와 안보가 비교적 분리된 영역으로 인식됐다. 경제는 효율성과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였고 안보는 군사력과 외교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에너지와 공급망, 반도체와 인공지능 같은 핵심 기술은 모두 국가 전략의 일부가 됐다. 경제 정책과 안보 전략이 하나의 구조로 연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중견 국가의 전략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는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사진AFP
28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는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사진=AFP]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매우 복잡한 위치에 있다. 미국과 군사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과는 경제적으로 깊이 연결돼 있다. 동시에 중동은 한국 에너지 공급의 핵심 지역이다.


한국이 사용하는 원유의 상당 부분이 중동에서 공급된다. 중동에서 긴장이 높아지면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한국은 여러 지정학적 축이 만나는 위치에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한국 외교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방식의 외교로는 복잡한 국제 환경을 감당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외교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편에 서느냐보다 얼마나 넓은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느냐 . 전략적 공간이 넓을수록 위기 상황에서도 대응 능력이 커진다.


그래서 중견 국가의 외교는 언제나 유연성과 현실주의 사이에서 움직인다. 이와 함께 중요한 변화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경제 안보의 부상이다. 에너지와 공급망, 기술 경쟁은 이제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가 됐다. 반도체와 배터리, 인공지능 기술은 단순한 산업 경쟁력이 아니라 국가 전략 자산이 되고 있다.
그래픽노트북LM
[그래픽=노트북LM]


세계 각국이 공급망 재편과 산업 정책 강화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와 안보가 하나의 문제로 연결되는 시대에는 국가 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한국 역시 이러한 변화에 맞는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며 핵심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면서 전략적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 질서는 지금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지정학과 경제가 동시에 움직이는 시대다.
국제 정치에서 힘의 논리가 다시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전쟁의 시대에는 결국 전략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
한국이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10년, 20년의 국가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 세계는 다시 힘의 질서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한국이 준비해야 할 것은 단순한 외교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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